李-朴 핵심들 '화합오찬'서 날선 농담

  • 입력 2007년 8월 27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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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측의 '전위대격' 의원들을 초청해 27일 여의도한 음식점에서 '화합 오찬'을 함께했다.

개최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이날 오찬엔 이 후보측 박형준 정두언 주호영 진수희 의원과 박 전 대표측 곽성문 유승민 유정복 이혜훈 최경환 의원 등 9명이 참석했다. 모두 각 캠프에서 대변인, 비서실장, 상황실장, 정책총괄 등을 맡았던 핵심들이다. 이 후보측에서는 정종복, 박 전 대표측에서는 김재원 의원이 각각 불참했다.

이날 회동은 불과 일주일전 극단으로 치달았던 경선 분위기와는 달리 외견상으로는 폭탄주를 돌리고 농담을 주고 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그러나 뼈있고 가시돋친 농담도 오갔다. 경선 과정의 앙금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강 대표는 약속시간보다 5분 먼저 행사장에 도착, 뒤이어 도착한 최경환 유승민 이혜훈 의원을 반갑게 맞았다.

최 의원은 "밥 먹을 데도 없는데 불러줘서 고맙다"며 패자측 '설움'을 강 대표에게 우회적으로 표시했으며, 이어 도착한 주호영 의원이 "왜 이리 빨리 오셨느냐"고 의례적인 예를 갖춘 인사말에도 "진 사람이 먼저 와 있어야지"라고 했다.

또 유승민 의원은 뒤늦게 도착한 대학동기인 정두언 의원에게 "표정관리 좀 하고 다니라"며 '축하반 시샘반'의 농담도 건넸다.

박 전 대표측 인사중 한 명은 강 대표가 '이심전심'이라고 말을 꺼낸데 대해 "이심전심은 '이명박 마음이 전여옥 마음'이라는 거 아니냐"고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캠프로 '전향한' 전여옥 의원을 겨냥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지리산 산행을 따라갔던 진수희 의원이 발목에 붕대를 감고 나타난 모습을 보고는 박 전 대표측 참석자들 사이에서 "(대변인 맡아) 발길질 많이 하더니 말이야", "등산 잘하는 이 최고위원 너무 따라다니지 말라"는 등의 가시돋친 얘기도 나왔다.

이어지는 비공개 회동에서는 불고기에 곁들여 소주 폭탄주가 대여섯 순배씩 돌아가는 가운데 참석자들이 그간의 회포를 푼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 진영 사람들끼리 짝을 이뤄 폭탄주를 마시며 포옹을 하기도 했다고 배석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몇몇 의원은 서운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곽성문 의원은 "언론사 사장까지 지낸 사람이 안할 막말까지 하면서 했는데, 패배했고 허탈하다. 패자는 말이 없고 이긴 쪽에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며 "반성문을 쓰라면 쓰겠고, 대구시당위원장도 내놓으라면 내놓겠다. 그러나 전리품 챙기듯이 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고 배석했던 강성만 부대변인이 전했다.

곽 의원은 "대구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마음을 잡아 달라"면서 "요즘 대구는 차라리 조순형, 손학규를 찍는다는 사람이 있다"며 박 전 대표가 크게 앞섰던 대구지역의 정서를 전했다고 한다.

이혜훈 의원은 "톡톡 털어버리자"는 강 대표의 말에 "진 사람은 털어버릴 것도 없다"고 되받았다.

은근히 날선 공방도 계속됐다.

강 대표가 "민주주의가 좋긴 좋다. 예전 같으면 진 쪽은 한강 모래사장에 앉고 이긴 쪽에서 망나니가 큰 칼을 들고 '후후' 했을 것"이라고 하자. 최경환 의원은 대뜸 "누가 그 망나니 역할을 하느냐. 정두언이 하느냐. 오늘부터 해봐라"고 말했다.

박재완 대표비서실장이 "오늘 모임에 왜 나는 안 불렀느냐는 분들도 있다"고 말한 대목에서 이혜훈 의원은 "'살생부 5인방' 기준으로 한 것 아니냐"고 받았다.

강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각자 억장이 무너지는 이야기가 가슴 속에 다 있다"면서 "이제 하나로 힘을 합쳐 정권창출을 위해 나가자. 이 술로 상처와 회포를 다 소독하자"며 '소독'하고 선창하면 '으라차'라고 화답하는 건배사를 제안했다.

강 대표는 또 "우리끼리 고소한 것을 다 취하하자. 검찰은 결국 야당 흠집만 낸다"면서 "20만이 넘는 선거인단을 갖고 이런 아름다운 승복을 한 경선을 이뤄낸 게 꿈만 같다. 기적같고 야당사에 처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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