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2기내각 출범… 외상에 마치무라

  • 입력 2007년 8월 27일 15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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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원 선거 참패로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7일 내각과 자민당의 주요 당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아베 총리의 정치생명이 걸린 이번 개각 및 당직개편은 당내 각 파벌에서 골고루 각료를 등용하고 요직에 가급적 신인보다 중진을 앉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지난해 총리 취임 후 경륜이 부족한 측근과 선거 유공자들로 내각과 주요 당직을 채운 점이 선거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참의원 선거 후 불만이 커진 비주류 파벌을 달래 '총리퇴진론'을 잠재우려는 계산도 엿보인다.

아베 총리는 당-정의 가장 중요한 포스트인 자민당 간사장과 관방장관에 각각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과 요사노 가오루(¤謝野馨) 전 경제재정상을 임명했다.

아소 간사장은 여당의 조직과 자금을 총괄하고 선거를 총지휘하는 자리를 손에 넣음으로써 '포스트 아베' 경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요사노 관방장관은 정책 경험이 풍부해 첫 조각에서 관방장관 임명이 유력했으나 아베 총리의 절친한 친구인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전 관방장관에 밀린 바 있다.

그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비판적이며 성장보다 재정을 중시하는 정책성향을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을 사임하고 약 3개월간 병원에 입원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일관계의 열쇠를 쥔 외상에는 아베 총리의 출신 파벌을 이끄는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전 외상이 임명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 외상을 지낸 그는 올해 5월 미국의 한 강연회에서 "한국의 노무현 정권은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일본을 때려서 지지율을 높이는 행동을 자주 한다"며 작심한 듯 '비외교적' 독설을 퍼부은 바 있다. 그는 당시 "포스트(Post) 노무현 정부에 기대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새 직책에 앉은 인물 중 아소 간사장과 마치무라 외상 외에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문부과학상,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방위상,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총무회장 등도 각각 자기 파벌을 이끌고 있는 '보스'들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내각과 당을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후생노동상은 의외의 발탁인사로 꼽힌다. 그는 도쿄(東京)대 교수 출신으로 자민당 안에서 아베 총리를 가장 강력히 비판해온 인물 중 한명이다.

50세인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자민당 간사장대리를 정조회장에 임명한 것도 파격으로 꼽힌다. 그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의 장남이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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