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재훈의 딜레마, 개그맨이냐? 영화배우냐?

  • 입력 2007년 8월 27일 13시 18분


코멘트
30일 개봉을 앞둔 ‘내 생애 최악의 남자’(감독 손현희, 제작 CK픽쳐스)는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종횡무진 하는 만능 엔터테이너 탁재훈의 첫 번째 주연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탁재훈이 누구인가. 가수 출신이지만 넘치는 순발력과 재치로 개그맨 못지않은 입담을 구사하며 방송계를 누비는 스타급 MC다. 여기에 ‘가문’ 시리즈나 ‘맨발의 기봉이’ 등 영화배우를 희망하던 그에게 충무로가 줄곧 요구한 것도 ‘웃음’이었다. 그리고 무궁무진한 애드리브를 바탕으로 탁재훈은 이에 걸 맞는 이미지를 ‘성실하게’ 구축해왔다.

때문에 그가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한번 접고’ 들어가는 선입견이 형성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이 영화는 그 동안 탁재훈이 보여준 ‘그저 그런’ 코미디와는 조금 다른 지점에 닿아 있었다.

술김에 친 사고 때문에 부부가 된 10년 지기 ‘주연’(염정아)과 ‘성태’(탁재훈)가 결혼식 다음날 완벽한 이상형을 만난다는 설정 자체가 기발하다. 아이러니한 상황극에서 벌어지는 상반된 캐릭터 간의 충돌과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내러티브의 힘이다.

하지만 여기서 탁재훈의 ‘딜레마’는 출발한다.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개그맨’으로서의 사명감이 투철한 그는 코미디만을 위한 에피소드를 ‘억지로’ 삽입하며 극의 흐름을 뚝뚝 끊어놓았다. 화제를 모은 염정아의 봉춤이나 윤지민의 요가신이 대표적인 예다.

밉상 남편이지만 마음을 잡아보겠다며 어디서 구입했는지 신기한 봉을 들고 와 섹시 댄스를 추는 염정아나, 등장과 동시에 가슴이 파인 요가 복을 입고 부하 직원에게 몸을 눌러 달라 요구하는 윤지민은 ‘가문’ 시리즈의 고질병으로 제기됐던 ‘성적 유머코드’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평.

이 장면 모두 대본에는 없었지만 탁재훈의 아이디어로 즉석에서 추가됐다. 윤지민은 “탁재훈이 ‘자신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볼거리가 필요하다’고 설득했다”며 “탁재훈이 정말 남다른 애정을 영화에 쏟아 부었다”고 증언했다.

이 뿐 아니라 탁재훈은 신현준 김선아 신이 김미려 등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 스타급 카메오를 직접 섭외해 영화 곳곳 예기치 않은 순간에 심어놓았다. 물론 이로 인해 일시적인 재미는 유발되지만 과장된 개그의 수법일 뿐 극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아쉬움 또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재훈은 극 후반에 이르러 제법 그럴싸한 대사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아내와 바람 난 연하남이 “주연씨가 너랑 사는 것 재미없대”라고 비아냥거리자 “어떻게 결혼을 재미로 하니, 이 어린놈의 자식아”라고 메마르고 지친 표정으로 울먹일 때면 40대라는 그의 실제 나이가 겹쳐 보이며 가슴 한 편이 묵직해진다.

분명한 점은 현재 그가 ‘개그맨’에서 ‘연기자’로 탈바꿈하는 과도기에 있다는 것이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는지 “급격한 변화보다는 하나씩 바꿔가겠다”는 뜻을 밝히며 천천히 꿈을 향해 전진하는 중.

“겉으로 보기엔 제가 가벼워 보여도 속으로 고민이 많다”는 그는 생애 첫 주연에 이어 이번엔 원톱 주연작 ‘어린왕자’를 통해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20년 묵은 소원대로 요즘 한창 바쁘게 소비되는 그의 이미지가 단순한 ‘기획 상품’이 아닌 ‘진짜 배우’로서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스포츠동아 이지영 기자 garumil@donga.com

[화보]탁재훈 속옷 CEO 변신… DKNY 언더웨어 쇼
[화보]탁재훈-염정아 영화 ‘내 생애 최악의 남자’ 스틸 컷
[TV]‘새댁’ 염정아 ‘봉춤 동영상’ 화들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