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칩거 끝… 지지자 1000명과 '해단 만찬'

  • 입력 2007년 8월 27일 1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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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선 석패 후 자택에서 두문불출해 온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 일주일만인 27일 외부 활동을 갖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부림동 한 중식당에서 전국 243개 당협 위원장 및 선대위원장들과 각 시도별 선대위 실무진, 본부 선대위 고문단 등 지지자 800~1000명 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선대위 해단식을 겸한 만찬 회동을 갖는다.

메뉴는 자장면으로 통일하고 비용은 참석자들이 1만 원씩 갹출한다는 점이 이색적이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해단식의 규모다.

애초 이 정도 규모로 '낙선 사례' 행사를 치르려 했다는 것이 조직 부문 관계자들의 공식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주부터 관련 기사가 보도되면서 열혈 지지자들이 참석을 요청하는 바람에 원래 선대위 본부 상근자들을 중심으로 조촐하게 열기로 했던 행사의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커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매머드급 행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표측은 한 목소리로 "경선 기간 고생했던 분들에 대한 감사와 위로의 자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돈을 준 것도 자리를 약속한 것도 아닌데 자기 일 같이 도와준 사람들과 밥 한 번 먹고 헤어지는 것은 인간적 도리"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모임 자체가 던지는 메시지는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즉 20일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는 패배했지만 대의원 당원 국민선거인단의 직접 선거에서는 오히려 승리함으로써 당심에서는 이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 만큼 이날 행사는 이를 다시 한 번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향후 이 후보가 당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실체적 힘'을 가진 박 전 대표측을 배려해야 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자리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박 전 대표는 이런 부분을 고려해 해단식 모임에서 정치적 언급은 일절 입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는 경선 때 도와줘서 고맙다는 점,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스럽다는 점 그리고 모두 하나가 돼 한나라당 정권교체를 위해 열심히 나가자라는 점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명박 후보나 당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측근들은 입을 모았다.

그러나 박 전 대표와는 상관없이 이 후보의 '당 색깔·기능 재검토' 발언과 이 후보 핵심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의 "박 전 대표 측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발언, 그리고 원내대표 경선에서의 친이(친 이명박) 성향 인사의 출마 등 일련의 상황에 대해 내심 불만을 갖고 있는 친박(친 박근혜) 인사들이 이날 모임을 계기로 불만을 공론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후보측이 이날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경선과정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 원·내외 당원협의회 위원장 150명 가량을 초청, 대규모 모임을 가질 예정인 점에 대해 박 전 대표측은 "그 쪽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인 만큼 우리와 날짜가 겹친다고 해서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일부는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 친박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 사람들이 조직에서 뭘 했다고 자축연이냐. 조직에서는 우리에게 졌으니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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