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 입력 2007년 8월 2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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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Justice itself is ageless).”

미국 미시시피 주 연방지방법원의 헨리 윈게이트 판사는 24일 전직 경찰관 제임스 실(72)에게 ‘종신형 3회 복역형’을 선고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실은 43년 전 10대 흑인 2명을 납치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암 환자인 실은 할 말이 없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없다(no)”고 말했을 뿐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비밀결사조직 ‘큐 클럭스 클랜(KKK)’ 단원이었던 실은 1964년 5월 2일 다른 KKK 단원들과 함께 길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던 19세 흑인 찰스 무어와 헨리 디를 차에 태워 숲으로 끌고 갔다. 실은 이들을 나무에 묶고 두들겨 팬 뒤 몸에 추를 달아 산 채로 강에 빠뜨렸다.

당시 두 흑인의 실종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한 달 반 뒤 같은 지역에서 백인 인권운동가 2명과 흑인 청년 등 3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훗날 ‘미시시피 버닝’이란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던 이 사건의 수색 과정에서 무어와 디의 시신도 강 배수구에서 발견됐다.

미국연방수사국(FBI)은 그해 11월 실을 체포했다. 그러나 지역 검찰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기소를 포기한 채 사건을 종결했다. 실은 그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러나 찰스 무어의 동생 토머스 무어 씨는 1998년부터 생업을 포기하고 실을 찾아 나섰다. 실의 가족은 그가 이미 숨졌다고 말했지만 결국 2005년 무어 씨는 납치 장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실이 버젓이 살아 있음을 발견했다. 수사가 재개됐고 당시 납치 현장에 있었던 공범 찰스 에드워드가 처벌을 면제받는 조건으로 증언에 동의했다. 결국 실은 올해 6월 유죄 평결을 받았다.

법무부는 1960년대 자행된 유사한 미해결 사건 100여 건에 대해 재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검찰은 1963년에 자행된 흑인 인권운동가 살해 사건을 1989년 재조사한 이래 지금까지 23명을 기소했다.

미시시피 버닝 사건의 주모자인 에드거 레이 킬런(81)은 1967년 재판에선 한 배심원이 전도사인 킬런에게 유죄 평결을 내릴 수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석방됐지만 2005년 다시 기소돼 60년 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연방법엔 살인죄 공소시효가 없다. 상당수 주도 마찬가지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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