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정책 학력 저하 초래” 영재발굴 새 처방전 만든다

  • 입력 2007년 8월 2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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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을 포함한 국내 학생들의 수학 과학 실력 저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부가 수학과 과학 교육 수준 향상을 모색하는 ‘수학·과학교육 경쟁력 강화 협의회’를 28일 발족한다. 과기부 박종구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26일 “지난달 대학교수들을 중심으로 과학 교육 전문가들을 초청해 ‘과학교육 제도 개선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수학·과학교육 경쟁력 강화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기부 내에 과학과 수학 교육 관련 협의회가 생기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과기부가 학력 저하 논란이 일고 있는 수학과 과학 교육 부문을 앞으로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우식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은 간담회 자리에서 “교육인적자원부와의 관계 때문에 과기부가 앞장서서 당장 수학과 과학 교육 제도를 바꾸는 건 어렵겠지만 협의회를 통해 나오는 제안들이 반영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는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 학장, 김도연 서울대 공대 학장, 위인숙 고려대 이과대 학장, 오원근(충북대 과학교육학부 교수) 한국물리학회 교육위원, 민경찬(연세대 수학과 교수) 바른 과학기술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 현종오(서울 월계고 교사) 차세대 과학교과서 연구개발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간담회에서 교육부의 평준화 정책이 수학과 과학 교육의 수준을 저하시키고 있으며 지금 같은 교육 체제 아래서는 과학 영재 발굴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오세정 학장은 “지금처럼 평이한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는 이공계 영재를 발굴할 수 없다”며 “적어도 이공계에서는 입시에서부터 영재를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오 학장은 “대학들이 본고사를 시행할 수 없다면 정부나 과학 관련 학회가 나서서 수학과 과학 과목의 심화학습을 측정하는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II 같은 시험을 만들게 해 달라”고 제안했다.

김도연 학장은 전체 정원이 약 1600명인 과학고 정원을 5000명 수준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김 학장은 “사교육 없이도 좋은 환경에서 수준 높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과학고의 정원을 크게 늘리면 우수 학생을 이공계로 유치하고 전반적인 수학 과학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찬 대표, 오원근 위원, 현종오 위원장은 중고등학교 수학 과학의 필수 과목 비중을 늘리고 입시에서도 반영 비율을 높이는 것을 통해 실력 저하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위인숙 학장은 “이공계 대학생들의 기초과학 실력을 높일 수 있게 공학교육인증제와 같은 ‘기초과학교육인증제’를 도입하자”고 말했다.

한편 간담회에 과기부에서는 김 부총리와 박 본부장 등이 참석했으며 김 부총리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상당 부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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