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없으면 인천-연평도 사이 北잠수함 드나들 것”

  • 입력 2007년 8월 2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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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정부 대북정보통 출신 2인 紙上대담

현 정부에서 합참 정보본부장을 지낸 박승춘 예비역 중장과 김대중 정부에서 대북감청부대장을 지낸 한철용 예비역 소장은 26일 “북한은 치밀한 군사적 의도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무력화를 착착 진행시키는데 이에 남측이 말려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현직 정부의 핵심 대북정보통을 지낸 이들로부터 NLL의 전략적 중요성과 북한의 집요한 NLL 공세 배경 등을 각각 들어 지상(紙上) 대담으로 정리했다.

―북한이 NLL 재설정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속내는 무엇인가.

▽박승춘=정전협정 체결 당시 북한의 해군력은 보잘것없었다. 그 때문에 제해권을 장악한 유엔군이 남북 충돌 방지를 위해 NLL을 설정했고, 북한도 20년 넘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NLL과 인근의 서해5도가 유사시 북한의 대남 기습을 저지하는 군사적 요충지로 부각되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NLL 무력화에 ‘다걸기’하고 있는 것이다.

▽한철용=철저한 군사적 계산이 깔려 있다. 현재 북한의 모든 선박은 NLL을 우회해 입항해야 한다. NLL이 사라지면 해주항을 군항(軍港)으로 만들어 인천과 연평도 사이를 북한 잠수함과 함정이 맘대로 드나들 것이고 대남 침투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NLL의 전략적 중요성은.

▽한=NLL이 있기에 서해 5도에 아군 전력이 배치돼 북한의 군사동향을 밀착 감시하고 유사시 조기경보가 가능하다. 또 아군의 북한 상륙작전을 위한 발판인 백령도 등 서해5도는 북한으로선 ‘목에 가시’다. 동·서해에 3000여 명 규모의 해상저격여단을 배치한 북한의 기습 침투를 막으려면 NLL과 서해 5도는 양보할 수 없는 ‘해상 인계철선’이다.

▽박=북한 영토에 근접한 서해 5도는 적의 기습도발을 감시하는 결정적 이점을 갖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목에 가시일 뿐만 아니라 ‘눈엣가시’다. 북한은 개전 초기 대규모 특수부대와 소형 함정을 서해상으로 침투시킬 계획인데 NLL과 서해 5도가 그 침투로의 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정치권 인사와 진보진영에선 NLL이 남북 군사적 충돌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는데….

▽한=‘NLL은 비법적인 선’이라는 북한 주장에 동조한 궤변이다. NLL은 반세기 넘게 남북 간 군사 충돌을 막고 ‘현상유지(status quo)’를 가능케 한 ‘평화 수호선’이다. NLL을 침범하고 민족끼리 피를 흘리는 교전까지 촉발한 것은 북한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는가.

▽박=NLL을 양보하면 서해상의 군사적 긴장과 충돌이 사라진다는 생각은 순진하기 짝이 없는 환상이다. 김대중 정부와 현 정부의 햇볕정책 기조에 맞춰 군 재직 때 북한의 위협을 가급적 부각시키지 않으려 했지만, 그 결과는 두 차례의 교전과 핵개발로 돌아왔다. 안보는 양보나 협상이 아닌 힘으로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해야 할 때다.

―‘NLL은 안보 개념이고 2002년 서해교전은 반성해 볼 문제’라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어떻게 보나

▽박=서해교전 당시 우리 장병들은 북측과의 긴장을 피하기 위해 선제 대응에 일절 나서지 않았지만 북한은 그 허점을 노리고 무차별 공격을 감행했다. 또 북한이 치밀한 계획하에 서해교전을 도발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상회담에 NLL 의제를 올리기 위한 정략적 발언으로 보인다.

▽한=NLL의 전략적 중요성을 도외시한 발언이다. NLL이 ‘안보 개념’이면 북한에 내줘도 상관없다는 뜻인가. 서해교전은 NLL을 침범한 북한의 선제기습으로 초래됐다. 목숨 바쳐 NLL을 사수한 우리 장병과 그 유족들에 대한 모독이다. 이 장관은 NLL을 북한에 양보하려고 맘 먹은 게 아닌가. ―NLL을 양보하면 어떤 부작용이 우려되나.

▽박=NLL이 북한의 뜻대로 조정된다면 서해 5도가 당장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고, 유사시 인천과 수도권 지역에 대한 적의 기습을 감시, 경보, 격멸할 수 있는 ‘안보 차단막’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한=NLL의 남하는 서해 5도의 고립을 초래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북한이 기습 점령해도 대책이 없다. 또 서해안의 전략적 안보균형이 붕괴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될 것이다.

―NLL과 관련해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박=주적 개념 철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령부 해체 등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중 추진한 안보정책들을 볼 때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NLL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걱정이 앞선다. 안보 문제를 국민적 합의 없이 왜 힘으로 밀어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NLL 문제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협상할 사안이 아니다.

▽한=NLL을 양보하면 북한은 그 이상을 요구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대남 군사전략을 숨긴 채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우는 북한에 그 다음엔 뭘 양보할 것인가.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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