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장영근]‘거대과학’ 연구 선택과 집중을

  • 입력 2007년 8월 2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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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과학(메가 사이언스)은 많은 과학기술자가 참여하는 대규모의 학제적 선도적 연구개발(R&D)을 의미한다. 막대한 연구비용과 대규모 장비 및 시설이 요구된다. 따라서 주로 정부가 주도해 추진할 수밖에 없다. 거대과학은 20세기 후반에 나타난 대표적인 과학 활동이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미국이 주도한 원자폭탄 개발계획으로 최초의 거대과학 프로그램이었다. 우주공학과 우주과학을 포함하는 우주개발은 거대과학의 전형을 보여 준다. 올 10월 4일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지 50주년이다.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는 냉전 시대 최고의 선전도구였다.

이 사건은 이듬해 미 항공우주국(NASA)을 탄생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미국은 1961년부터 우주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거대과학 우주 프로그램인 아폴로 계획을 출범시켰다. 1969년에는 아폴로 11호가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우주개발 분야에서 현재 진행 중인 대표적인 거대과학이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이다.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등 16개국이 참여해 지구 저궤도 350∼400km에 건설 중이다. 2003년 컬럼비아 우주왕복선의 사고와 소요 재원 문제로 일부 계획이 축소됐다.

2010년 완공 예정으로 우주환경 이용 및 유인 우주활동을 위한 기반 정비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건설과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이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우주 선진국이 국제협력을 통해 달 및 화성에 대한 유인탐사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한국은 국가전략사업으로 우주개발을 추진 중이다. 여러 기의 실용급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우주발사체와 우주센터 건설 업무를 수행한다. 한국은 전체 R&D 예산 10조 원 가운데 약 3%를 거대과학인 우주개발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선진 각국은 핵융합, 지구온난화, 기후 변화 등 전 지구 차원의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 연구를 추진 중이다. 한국도 핵융합, 미래형 원자로를 위한 국제협력 연구 사업에 참여해 역할을 늘리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국제협력의 거대과학 수행이나 참여 측면에서 들러리에 불과했다. 먹고살기에도 바빠 당장 돈이 되는 R&D에만 신경을 써 왔다. 이제는 우리도 지구 차원의 문제 해결에 동참해 국제적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

거대과학 분야의 대규모 R&D 투자에는 항상 비판이 따른다.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무시한,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이라는 주장도 있다. 과학연구가 거대해지면서 연구조직이 관료화될 우려도 있다. 대형 연구비를 따기 위해 연구보다는 로비에 심혈을 기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 규모의 과학 활동은 정치 경제적 논리에 따라 R&D가 제한받을 수 있다. 2조 원을 투자하고도 1993년 중단한 초전도 슈퍼가속기(SSC)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거대장비 구축과 거대시설 건설 등 경직성 투자에 따른 낭비 요소가 존재하기도 한다. 개개 연구자의 창의적 연구 활동 저해 및 기초과학에 대한 경시 풍조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는 없다. 거대과학은 정부 주도로 국익에 따라 반드시 수행할 수밖에 없는 과학 활동이다. 한정적인 재원으로 모든 분야를 다 연구하기는 힘들다. 국가 전략과의 부합 여부, 과학기술 파급 효과, 투자 대비 효용성 측면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거대과학의 취약점을 보완하며 R&D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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