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노하우 原電’ 해외시장 개척 나섰다

  • 입력 2007년 8월 2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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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설비-기술 수출 빠른 증가세… 1993년 이후 8억 달러 실적

온난화 막는 ‘환경 에너지’로 다시 주목… 우라늄 값 폭등 현상도

1986년 구소련 시절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누출 사고가 일어난 우크라이나. 이 나라는 20여 년이 지난 요즘에서야 피해 지역에 농작물이 다시 자라기 시작할 만큼 심한 피해를 보았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한국에 자국의 원전 건설에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했다. 원전 1기(基)당 공사비만 2조 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꿈꾸는 우크라이나가 과거의 상흔(傷痕)을 딛고 다시 원전 건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30년 노하우를 지닌 한국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요청에 산업자원부는 민관(民官) 컨소시엄을 구성해 원전 건설에 참여하되 현지의 우라늄 광산 채굴권도 받아오는 ‘패키지 딜’을 추진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재건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선진국 못지않은 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도 수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환경 파괴범’에 ‘환경 지킴이’로

‘원자력 르네상스’의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과거 원전 건설을 가로막았던 환경 문제다.

원전은 방사능 누출 가능성으로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젠 거꾸로 지구온난화를 막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없고 발전 효율이 높은 원전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선진국들로서는 고유가 시대에 가장 절실한 에너지원인 셈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 거대 에너지 소비국은 물론이고 유난히 환경 문제에 민감했던 유럽 각국과 개발도상국의 관심이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원전 운영에 필수적인 우라늄 가격은 폭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광업진흥공사에 따르면 2003년 453g(1파운드)에 12달러이던 우라늄 가격은 올해 6월 말 현재 136달러로 10배 이상 폭등했다.

한국은 우라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700t의 우라늄을 수입했으며 이를 2016년까지 연간 5800t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 설비 정지율, 선진국의 절반 수준

이재훈 산자부 제2차관은 5월부터 최근까지 중국과 호주, 몽골, 우크라이나 등지로 해외 출장을 다녔다. 모두 한국의 원전 수출과 우라늄 채굴권 확보가 목적이었다.

산자부에 따르면 한국은 1993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모두 8억 달러가량의 원전 설비와 기술을 수출했다. 이 중 지난해 이후 수출액만 3억8000만 달러로 최근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1977년 미국의 기술을 도입해 지은 고리 원전 1호기를 시작으로 30여 년간의 풍부한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설비 정지율(고장률)은 1년에 기당 0.6회꼴로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며 건설 표준화로 공사 착공에서 준공까지 걸리는 기간은 47개월로 줄였다.

‘원자력 르네상스’ 현상은 이처럼 한국에는 기회이지만 위기 요인도 된다. 부존량에 한계가 있는 우라늄 값의 급등은 ‘자원 빈국(貧國)’ 한국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현 산자부 원자력산업팀장은 “개발도상국은 자금이 부족하고 정치적으로 불안해 수조 원 단위의 대형 사업을 밀어붙이기 힘들 때가 많다”며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에 대한 설득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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