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黑白을 바꾸려는 DJ의 노무현 꾸짖기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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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현실정치 개입 발언이 도를 넘어섰다. DJ는 그제 열린우리당 전직 지도부를 만나 대북송금 특검을 거론하며 “민족적인 일에 정략적으로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 사과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 도청 사건에 대해서는 “죄 없는 국민의 정부 두 국정원장만 구속했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이 사실을 왜곡하고 특검과 검찰의 법 절차에 따른 수사결과를 ‘사과 대상’으로 매도한 것은 스스로 초법적(超法的) 권력의 냄새를 풍기는 오만의 극치다.

2003년 대북 송금 수사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이뤄졌다. 수사 결과 DJ정부가 회담 성사를 위해 국민 몰래 4억50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낸 사실이 밝혀졌고 대북 비밀송금 관련자들이 사법처리됐다. 특검 수사가 없었더라면 남북 정상회담의 막후에서 벌어진 실상을 국민이 알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DJ의 발언은 대북송금과 도청 수사에 대한 섭섭함을 표시하면서 통합신당을 국민 지지도가 떨어진 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의도겠지만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수사를 통한 사실 규명을 정략(政略)으로 모는 그의 논리가 오히려 정략적이다.

국정원의 무차별적 도청 실태를 밝힌 수사에 대해 DJ는 누구를 손가락질할 처지가 아니다. DJ 정부는 국정원을 동원해 정치인 언론인 경제인 1800여 명을 도청했다. DJ 정부의 불법 행위는 햇볕정책에 소극적이던 당시 통일부 차관까지 도청할 정도로 집요했다. 도청과 관련해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죄가 없다고 하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망발이다.

DJ는 후배 정치인들에게 “국민을 보고 정치하고 국민한테 충성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사실을 왜곡하고 남 탓만 하면서 무슨 염치로 국민에게 제대로 하라는 충고를 하는가. 정치적 술수를 위해 ‘국민’을 마음대로 끌어다 쓰는 DJ는 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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