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양]‘장래 희망 과학자’ 없습니까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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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시어도어 메이먼 박사란 분의 부고가 외국 신문에 나왔다. 갑자기 웬 외국 사람 부고냐고 하는 독자가 있겠지만, 메이먼 박사는 트랜지스터와 함께 20세기를 정보통신 문명사회로 이끌게 한, 20세기의 2대 발명으로 인정받는 레이저를 발명했다.

메이먼 박사는 어린 시절 무성영화 코미디물을 보고 코미디언이 될 꿈을 꾸며 살았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을 잘했고 중고교에 다닐 때는 라디오와 같은 전기제품을 고치는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손재주가 좋아 주위 사람이 이공계 대학 진학을 권고했고 본인도 이를 따라 공과대에 진학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이공계 기피’

전기공학 석사와 물리학 박사를 받고 방위산업회사로 유명한 휴스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취직했다. 어느 날 실험 중 우연히 레이저를 발명했다. 그 후 회사를 그만두고 본인이 회사를 차려 상당한 부를 얻었다. 또 대학교수가 되어 후진에게 위대한 발명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주는 훌륭한 스승이 됐다. 사후에는 부와 명예를 다 얻은 과학자로 기억되게 됐다.

우리 주위에는 메이먼 박사가 살았던 행적을 동경하며 따라가려는 젊은이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지난 10년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가서 과학에 관한 강연을 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강연을 시작하며 장래 희망을 물었을 때 대다수 학생이 연예인, 운동선수, 의사, 검사, 변호사, 교사, 공무원과 같이 화려하거나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을 선호함을 알게 됐다. 과학자가 되겠다는 학생이 10년 전에는 한 학년에 30∼40명이었다면 이제는 10명 이내이다.

이런 추세면 미래의 한국은 1, 2차산업은 없고, 서비스 업종만 남는 이상한 나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경향은 과학기술 선진국인 미국 일본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심지어는 전통적 과학 강국인 러시아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쏠림 현상은 이들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것 같다.

자라는 세대가 어른을 보며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매우 당연하다. 학생들은 이공계에 진학하여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아주 좁고 어렵다고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문과 학생이 배우는 과목보다 훨씬 어려운 수학2와 과학 과목을 배워야 한다. 대학에 진학한 후 더 어려운 수학 자연과학 공학을 배우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 중소기업에 취직한 경우 직업의 안정성이 없다고 한다. 대기업에 취직하더라도 경영진이 되는 사람의 비율은 낮고 대부분 50세 전후에는 명예퇴직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나 메이먼 같은 과학자는 천재나 되는 것이니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선배는 이공계 학과를 잘 다니는 후배를 찾아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봐서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대학으로 가거나 의·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가라고 한다.

과학기술 대접받는 사회돼야

어른들은 일이 여기까지 꼬이게 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제부터라도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 초중고교용으로 더 훌륭한 수학 과학 교재를 개발하고 교사들은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수학은 과학을 위한 논리이며, 과학은 우리가 사는 우주이고, 물질의 근원이고, 우리의 생명을 설명하는 과목이므로 재미있기만 하다면 많은 학생이 호기심을 가지고 알고 싶어 할 것이다.

그리고 과학기술을 배우고, 평생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대우받고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과학기술의 길을 여는 사람은 국가가 보증해 주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보다 더 존경받으며 살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대응하려고 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가게 될 것이다.

국양 서울대 연구처장 물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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