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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마세요… 엄마 아빠 믿음으로 희망 낳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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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마세요… 엄마 아빠 믿음으로 희망 낳아요”

입력 2007-08-25 03:01수정 2009-09-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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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아가야”
희망만 잃지 않으면 불임은 극복할 수 있다. 세 번의 유산 끝에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딸을 출산한 박순희 씨가 아이와 뺨을 맞대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미옥 기자

시험관 시술로 불임 이겨낸 3명의 사연

《아이 이야기만 나오면 돌아서서 눈물을 짓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불임 부부다.

아기 낳을 때의 육체적 아픔보다 더 심하다는 아기 못 낳는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으면 빛은 꺼지지 않는다.

시험관아기 시술로 불임의 고통을 극복하고 행복한 결실을 본 엄마와 예비엄마 3인의 사연을 소개한다.》

세 번 유산 끝에 원인 찾고 시술 결심

박순희(32·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씨는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 이 공주를 내 배로 낳았다니…. 생후 5개월 된 딸아이가 방긋 웃는다. 모든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진다.

2000년 결혼한 박 씨는 1년 6개월 후 첫 임신을 했지만 곧 유산하고 말았다. 그래도 별로 고민하지는 않았다. 아직 젊기에….

몇 년 후 두 번째 유산을 했다. 남편과의 대화가 줄어들었다. 집안 분위기는 을씨년스럽게 변했다.

지난해 2월 세 번째 유산을 했다.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았다. 그제야 잦은 유산의 이유를 알았다. 남편 정액에는 정자가 거의 없었고 박 씨의 자궁은 착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정도로 약했다.

4개월 후 박 씨 부부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결심했다. 그러나 주변의 반대도 적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시험관아기 시술 몇 번 받다 보면 집 한 채 값이 든다던데… 하며 은근히 부담을 주기도 했다.

막상 시술을 결심한 후에도 고통의 연속이었다. 진료받기 위해 북적대는 환자들 틈에서 두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약과였다. 배란 촉진 주사를 맞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 주사를 맞으면 숨을 못 쉴 정도로 배에 물이 차 올랐다. 그 주사를 매일 맞아야 했다. 그래도 박 씨는 이를 악물었다. 의사는 난자 28개를 빼냈다.

한 달 보름이 지난 후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유산의 가능성 때문에 걱정이 가시질 않았다. 게다가 의사는 조산 기미도 있다고 했다. 박 씨는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배 속에서 아이는 탈 없이 자랐고 올해 3월 마침내 예쁜공주가 태어났다.

서먹서먹했던 남편과의 사이도 다시 좋아졌다. 말수가 줄었던 남편의 얼굴에는 요즘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박 씨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남편과 한때 갈등… “지금 너무 행복”

강미정(가명·37) 씨는 2002년 결혼한 후 줄곧 남편과 맞벌이를 했다. 많은 여성이 그러하듯 강 씨 역시 직장생활 때문에 아이 낳는 것을 미뤘다. 그러나 결혼 2년 후 막상 아이를 낳으려 하자 임신이 되지 않았다.

강 씨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산부인과를 찾았다. 그러나 산부인과에서는 불임의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강 씨는 계속 병원에 다녔지만 임신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남편이 우연히 비뇨기과에 갔다가 정자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은 절망했다. 평소 강 씨는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불임 부부 판정이 떨어지자 남편과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사소한 싸움을 하더라도 남편은 자신이 불임의 원인 제공자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자책했다. 그럴수록 강 씨는 남편과 멀어져 갔다.

지난해 9월 남편이 먼저 시험관아기 시술을 제안했다. 그 고통을 감당할 결심이 서지 않았다. 게다가 남편과는 한때 이혼을 생각했을 정도로 애정이 식은 후였다.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강 씨는 남편의 뜻에 따르기로 하고 올 3월 병원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았다. 그동안의 고통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단 한 번의 시술로 5년 만에 아기가 들어섰다. 아기가 들어서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남편과도 서로 배려하는 사이가 됐어요. 배 속에서 10주째 자라고 있는 아이가 만들어 낸 변화죠.

“원인 누구에게 있든 서로 감싸줘야”

이지현(가명·30) 씨는 근육이 위축되는 난치병인 근이영양증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난치병이 유전될까봐 걱정돼서 임신을 선뜻 계획하지 못했다. 이 씨는 사실상 아이 낳기를 포기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알면서도 결혼해 준 남편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는 남편의 눈에 드리워진 그늘을 발견했다. 결국 이 씨는 결혼 2년 만인 지난해 초 마음을 굳게 먹고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는 들어서지 않았다. 이 씨는 자신의 유전자 결함이 임신을 방해하는 것 같아 눈물을 흘렸다. 남편에게 미안해졌고 우울증의 기미도 보였다. 남편이 위로를 해 줬지만 기분은 쉽게 좋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중반 2차 시술을 받았지만 이번에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아이를 내려 주지 않는 하늘이 야속해 펑펑 울었다. 그러나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에 대한 간절함이 더욱 강해졌다.

이 씨는 좌절하지 않고 지난해 11월 세 번째 시험관아기 시술에 도전했다. 마침내 임신에 성공했다. 이 씨는 현재 임신 35주째다. 쌍둥이라고 한다. 남산만큼 커진 배와 미리 사 놓은 아기용품을 번갈아 보면서 이 씨는 미소를 지었다.

한때 불임 환자였던 이들 세 여성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고통도 컸다. 이들은 불임을 극복하는 데 가장 큰 힘은 남편과 가족의 격려라고 말했다.

어떤 남자들은 ‘그까짓 시험관아기 시술이 뭐가 힘드냐’고 말하죠. 그러나 배란 주사, 난자 채취 등 그 어느 것 하나 여자에게는 쉬운 것이 없어요. 남편 여러분. 아내를 무시하지 말고 용기를 북돋아 주세요.(박 씨)

불임의 원인이 남편, 아내 어느 쪽에 있든 서로 따뜻하게 감싸 줘야 돼요. 그러지 않으면 서로 상처만 주면서 멀어지게 되죠. 특히 남편이 대범해져야 돼요.(강 씨)

시험관아기 시술을 몇 차례 실패하면 여자는 극도로 우울해 죽고 싶어져요. 그럴 때 남편까지 축 처지면 더 힘들죠. 아내를 다독여 주고 위로해 주세요. 그래야 다시 힘을 낼 수 있습니다.(이 씨)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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