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제국 그 사이의 한국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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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그 사이의 한국 1895∼1919/앙드레 슈미드 지음·정여울 옮김/756쪽·2만8000원·휴머니스트

한국 근대사의 격변기였던 19세기 말∼20세기 초. 세계의 중심이었던 거대 중국이 ‘과거의 제국’으로 스러져 가고 우습게만 알았던 왜구의 나라 일본이 근대국가로 성장하면서 ‘미래의 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과거와 미래의 두 제국 사이에서 한국은 국권 상실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었으니 당시 최고의 당면 과제는 민족, 민족주의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책은 캐나다 토론토대 동아시아 연구분과 교수가 당시 한국 민족주의의 기원과 개념, 상징 등을 탐색한 연구서다. 특히 한국 근대 민족주의에 있어서 다양한 표상과 상징, 민족주의 개념의 표현 방식 등을 집중적으로 고찰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대한매일신보, 독립신문, 황성신문, 제국신문 등 당시 언론의 보도 내용을 많이 살펴보았다. 당시 언론이 근대기 대중에게 민족의 개념, 국가 개념을 전달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000년 넘게 땅속에 묻혀 있다 발견된 광개토대왕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광개토대왕비가 민족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고 언론 보도를 통해 전파되면서 민족의 대표적 상징물로 자리 잡았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확산된 민족 개념은 일제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저자는 광개토대왕비 외에도 한글, 국기, 양반, 백두산정계비와 백두산 등의 구체적 상징물에 담겨 있는 민족의 개념 등이 어떻게 한국 사회에 영향을 끼쳤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동시에 근대기 한국 민족주의의 변천 과정에 관한 설명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그건 민족주의가 자체 모순에 빠지기도 하고 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변해갔는지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쉬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의 견해는 사실 국내 학계에서 이미 연구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외국의 역사학자가 한국 근대 민족주의의 복잡한 면모와 모순점 등을 진지하고 예리하게 추적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건 고마운 일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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