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공장건축, 문명의 쇼윈도였다…‘공장’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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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글래스고에 있는 카펫 공장의 벽은 동양의 화려한 카펫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사진 제공 홍디자인
영국 글래스고에 있는 카펫 공장의 벽은 동양의 화려한 카펫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사진 제공 홍디자인
◇공장/질리언 달리 지음·김보현 옮김/270쪽·1만2000원·홍디자인

용광로, 검은 연기를 뿜는 기다란 굴뚝, 무미건조한 회색빛의 건물.

공장 하면 떠올리는 인상들이다.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것 말고 공장에 건축 디자인의 미학이 들어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공장 건축사(史)가 관심 밖인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저자는 “공장은 전통과 현대성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쇼윈도”라고 말한다. 이 책은 18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공장 건축의 역사를 추적했다.

기계의 대량생산에 매혹된 20세기 초, 공장은 강력하고 거대한 건축양식의 대표 주자였다.

공장은 때로 그 자체가 판매 촉진을 위한 광고가 되도록 디자인됐다. 때론 차갑고 소란스러운 이미지를 감추도록 디자인됐다. 몇몇 아방가르드 건축가들은 공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건축 디자인을 시도하기도 했다.

18세기 사람들은 증기기관이 돌아가는 공장을 ‘연기와 화염을 내뿜으며 타오르는 헤파이스토스(불카누스) 신’처럼 보고 두려워했다. 이 두려움 탓에 초기 산업자본가 중 일부는 공장 건물을 고전 건축양식으로 세웠다. 18세기 영국 런던의 앨비언 제분소 안엔 당시로서는 전대미문의 속도로 밀가루를 빻도록 설계된 화력엔진이 자리를 차지했다. 건물은 달랐다. 강변에 우뚝 솟은 우아한 전원풍이었다. 이벤트와 가면극, 무도회가 자주 열렸다.

20세기 초, 사람들이 대량생산의 매력에 푹 빠졌을 때 공장은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건축물이었다. 미국 미시간 주의 포드사의 한 공장. 제2차 세계대전에 쓰인 B-24 폭격기가 생산된 이곳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방’으로 불렸다. 이처럼 거대한 공장은 노동자들을 작은 개미처럼 보이게 했다.

구태의연한 건축양식에 도전한 건축가들은 귀족사회를 연상시키는 이질적 디자인을 전력 생산 공장에 적용했다. 공장 건축은 광고로 이용되기도 했다. 어느 카펫 공장의 벽은 동양의 화려한 카펫 디자인을 연상시켰다.

저자는 이처럼 발품 없이 모으기 어려웠을 생생한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갈래의 공장 건축사를 한눈에 조망한다.

그러나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어색한 번역이 곳곳에 눈에 띈다. 예컨대 “산업도시들이 자신들을 재발명해 내고 산업적 구성의 잔여물을 레저, 스포츠, 국제회의를 끌어당기는 자석으로 변형시키며 심지어는 주거장소로까지 바꾸어 감에 따라, 산업의 새 장소들은 지방으로, 종종 가장 가까운 대학 쪽의 지역들로 옮겨갔다” 같은 부분이다. 원제 ‘Factory’(2003년).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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