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경제읽기]日백화점들 “뭉쳐야 산다”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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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통업계에 인수합병(M&A) 열풍이 불면서 매출액 1조 엔(약 8조 원)이 넘는 초대형 백화점이 잇달아 탄생하고 있다.

일본 백화점 업계 외형 4위인 미쓰코시와 5위인 이세탄은 내년 4월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해 경영을 통합하기로 했다고 23일 공식 발표했다. 두 백화점은 도쿄(東京)의 상업 중심지인 긴자(銀座)에서도 ‘랜드마크’에 해당하는 미쓰코시 긴자점을 공동 재개발하고 정보와 구매시스템 등을 통합할 방침이다.

미쓰코시와 이세탄은 각각의 이미지와 고객층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경영을 통합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04년 출범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초의 백화점인 미쓰코시는 50대 이상 연령층에 고객이 많다. 부유층 고객이 많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다.

이에 비해 이세탄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패션에 강한 백화점으로 통한다. 연령대를 보면 20∼40대에 고객이 많다.

경영 통합을 통해 두 백화점은 이상적인 고객층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경쟁자들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된다. 두 백화점이 통합되면 연간 매출액 1조5800억 엔, 점포 수 33곳으로 모두 관련업계 1위.

일본 백화점 업계의 초대형 합병 선언은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다이마루와 마쓰자카야는 다음 달 ‘J 프런트 리테일링’이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해 한몸이 되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다. 다이마루와 마쓰자카야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1조1700억 엔으로 다음 달에는 다카시마야(연간 매출액 1조494억 엔)를 제치고 백화점 업계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쓰코시와 이세탄의 결합으로 ‘J 프런트 리테일링의 천하’는 1년도 못 채우고 막을 내릴 운명이다.

일본 기업은 조직문화가 폐쇄적이어서 M&A에 소극적이라는 게 과거 상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백화점 업계에서는 이런 상식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백화점 신4강 시대의 한 축을 이루는 ‘밀레니엄 리테일링’만 해도 2003년 6월 소고와 세이부가 결합해 탄생한 회사다.

일본에는 ‘철 지난 태풍과 바람기는 몇 배 무섭다’는 속담이 있다. 일본에 비해서도 여전히 M&A에 소극적인 한국에서 ‘기업 간 짝짓기 열풍’이 불 때 이 속담이 다시 생각날지 모르겠다.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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