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초아, 그녀가 오고 세상은 바뀌었다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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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가까이 ‘골프 여제’로 군림하던 안니카 소렌스탐의 아성을 무너뜨린 로레나 오초아가 새로운 골프 여왕으로 독주 체제를 굳혔다. 세심하게 퍼트 라인을 읽고 있는 오초아의 눈매가 매섭기만 하다. 오초아는 “퍼트를 잘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 덕분에 예전보다 더 많은 버디를 낚은 것이 상승세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0년 가까이 ‘골프 여제’로 군림하던 안니카 소렌스탐의 아성을 무너뜨린 로레나 오초아가 새로운 골프 여왕으로 독주 체제를 굳혔다. 세심하게 퍼트 라인을 읽고 있는 오초아의 눈매가 매섭기만 하다. 오초아는 “퍼트를 잘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 덕분에 예전보다 더 많은 버디를 낚은 것이 상승세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같은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은 뜰 수 없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보면 이 말이 절로 실감난다.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 넘게 ‘골프 여제’로 군림하던 안니카 소렌스탐(37·스웨덴)을 밀어내고 로레나 오초아(26·멕시코)가 새롭게 ‘권좌’를 물려받았다.

지난해 오초아는 6승에 상금 랭킹 1위(259만2872달러)에 올라 처음으로 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으며 세계 여자골프의 지각변동을 알렸다.

비록 소렌스탐은 최강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는 했어도 올해 시즌 개막 전만 해도 명예 회복의 의지를 불태웠던 게 사실. 지난해에도 소렌스탐은 평균 타수 69.82타에 상금 3위(197만1741달러)에 오르며 이름값은 했다. 그런데 올 시즌이 반환점을 돈 지 오래지만 소렌스탐의 시대는 가고, 오초아의 시대가 온 듯 신구 골프 여왕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 신구 골프여제 명암 갈린 올 시즌 성적표

오초아는 그야말로 펄펄 날고 있다. 18개 대회에 출전해 5승을 거두며 상금 선두(263만6590달러)를 질주하고 있다. 이달 초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지난주에는 캐나다여자오픈에서 2연속 우승을 장식했다. 톱10 진입은 무려 15차례.

반면 올해 들어 부상까지 겹친 소렌스탐은 9개 대회에서 단 1승도 없이 상금 랭킹은 31위(33만7373달러)에 그쳤다. LPGA투어 통산 69승을 올린 그는 지독한 ‘아홉수’에 걸린 듯 70승 고지 달성에 번번이 실패했다.

오초아의 기록을 살펴보면 성적이 안 나온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 비록 티샷의 페어웨이 안착률이 63.2%로 63위에 머물러 있지만 아이언 샷의 그린 적중률은 70.7%로 선두에 올랐다. 레귤러 온을 했을 때 퍼트 수는 1.76개로 역시 1위. 평균 타수도 69.89타로 순위표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소렌스탐은 ‘스윙 머신’이란 찬사를 듣던 모습은 자취를 감춘 듯하다. 페어웨이 안착률(60.3%)이 110위, 그린 적중률(55.4%)은 130위로 모두 100위 밖에 밀려나 있다. 평균 타수는 72.03타.

오초아-소렌스탐 신상명세
오초아구분소렌스탐
1981년 11월 15일생년월일1970년 10월 9일
멕시코국적스웨덴, 미국(이중 국적)
미국 애리조나대대학미국 애리조나대
168cm신장168cm
2002년프로데뷔1992년
2003년미국여자프로
골프 투어 데뷔
1994년
14승미국여자프로
골프 투어 통산 우승
69승
1승메이저 우승10승

○ ‘만능 스포츠 우먼’ 닮은 꼴 11년 선후배

열한 살 차가 나는 소렌스탐과 오초아는 어려서부터 만능 스포츠맨.

소렌스탐은 테니스 선수로 활약하며 스웨덴 주니어 랭킹 상위권에 들기도 했다. 스키와 축구 실력도 수준급이다.

오초아는 산악자전거 육상 수영 마라톤 승마에도 능하다. 17세 때는 나흘 동안 열리는 에코톤(산악자전거 트레킹 수영 카약 밧줄타기 등으로 이뤄진 산악 종주 경기)을 완주했고 농구선수로 주 대표까지 했다. 배구 선수 경력도 있고 마라톤을 2차례 완주하기도 했다.

골프선수로 주니어 때부터 이름을 날려 미국으로 유학간 것도 똑같다. 소렌스탐과 오초아는 애리조나대 선후배 사이로 나란히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뒤 2학년을 마치고 프로로 나섰다.

소렌스탐은 1994년 LPGA투어에 데뷔했고 오초아는 2003년 뛰어들었다. 소렌스탐의 최고 전성기는 2002년으로 꼽힌다. 당시 22개 대회에서 11승을 올리며 역대 LPGA투어 단일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인 286만3904달러를 달성했다. 올 시즌 오초아는 소렌스탐의 상금 기록에 12만7314달러 차로 다가섰기에 1승만 추가해도 가볍게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

○ 코리아 군단 부진에 오초아 독주체제 구축

소렌스탐은 한때 박세리(CJ) 캐리 웹(호주)과 ‘트로이카 체제’를 이루며 정상을 지켰다. 경쟁자들의 존재는 그를 더욱 강하게 했다. 2000년대 중반 박세리와 웹이 슬럼프를 겪는 동안에도 소렌스탐은 독주체제를 굳혔지만 이젠 세월의 무상함 속에 오초아에게 밀리는 신세가 됐다.

오초아는 LPGA 데뷔 초창기 코리안 파워에 밀려 주눅 들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최고 성적을 내긴 했어도 두 차례 한국 선수에게 우승을 내주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오히려 한국 선수를 3차례나 2위로 밀어내며 정상에 섰다. 오초아의 독주는 최근 주춤거리는 한국 선수들이 ‘도움’을 준 셈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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