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실장, 청와대-불교계 ‘핫라인’ 역할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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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신자로 각종 후원… 교계 지도층과 친분

미술에도 관심… “신씨 알지만 개인적 친분 없어”

“빈대 잡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 사실을 폭로한 장윤 스님을 만나 이를 무마하려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온 24일 조계종 총무원은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내부 분쟁으로 불교계 최대 후원자인 변 실장이 위기에 처했다는 자탄이었다.

청와대 불자모임인 ‘청불회’ 회장인 변 실장은 청와대와 불교계를 연결하는 ‘핫라인’. 현안이 발생하면 지관 총무원장이 바로 변 실장을 찾을 만큼 불교계와 변 실장의 관계는 돈독하다. 변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 ‘실세 장관’ 소리를 들었고, 지난달 29일 한 세미나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부동산 투기든 무엇이든 해서 무조건 부자가 되는 것이 경제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기 과천시의 보광사 신도인 변 실장은 종단의 템플스테이와 문화재 보수 예산, 외국인들의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 예산 지원 등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불교계의 한 인사는 “변 실장이 기획예산처에 있을 때 하버드대 출신인 현각 스님이 ‘만행’이라는 책을 냈는데 그 책에 감동해 현각 스님을 쫓아가 만났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변 실장과 부인이 다니는 보광사의 주지는 총무원 불교문화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종훈 스님이다. 종훈 스님은 2005년 총무원장 선거에서 현 지관 총무원장의 반대편에 섰었지만 지관 총무원장이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발탁했다.

이 같은 관계 때문에 불교계 내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변 실장을 잘 알고 있다. 장윤 스님은 물론 장윤 스님의 반대편에 있는 동국대 이사 영담 스님도 변 실장과 친분이 있다. 영담 스님은 24일 “변 실장은 기획예산처 차관 시절부터 아는 사이지만 신정아 씨 건과 관련해서는 전혀 만난 적도 전화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변 실장이 신 씨 사건과 관련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가 미술계에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 씨와 관련된 ‘불교’와 ‘미술’ 양쪽에 변 실장이 관심을 둬 왔으며 예일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그가 예일대 박사를 사칭했던 신 씨를 눈여겨봤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변 실장을 잘 아는 불교계의 한 인사는 “변 실장은 원래 미대 진학을 꿈꿨을 만큼 미술에 관심이 많고 지금도 본인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변 실장과 동국대 오영교 총장,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의 관계도 관심거리. 변 실장과 오 총장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이고, 한 전 이사장이 1993년 경제기획원 차관일 때 변 실장은 과장이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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