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중국-북한 견제” 대서양 건너 태평양으로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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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공군 핵심전력 태평양 이동 왜?

항공모함 2척-공격용 핵잠수함 6척 추가투입 계획

F-22도 내년초 32대 더 배치… 대서양 전력 앞서

전문가 “中 군사팽창 막고 北 핵폐기 압박” 분석

지난해 2월 스티븐 해들리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워싱턴 시내 메이플라워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직접 진행했다. 미 국방정책의 청사진으로 통하는 ‘4개년 국방전략보고서(QDR)’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당시 언론의 초점은 ‘테러와의 전쟁이 장기화한다’는 어두운 전망에 모아졌다. ‘신(新)군사대국’ 중국을 겨냥해 태평양지역 군사력 증강이 시도된다는 구상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미 언론을 통해 하나 둘씩 보도되는 전력 재배치 과정을 살펴보면 미국의 태평양 중시 정책이 얼마나 치밀하게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다.



○ 태평양에서 어떤 일이?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8대가 8일 태평양사령부 산하 알래스카 주 엘먼도프 공군기지에 배치됐다. F-22는 내년 초까지 32대가 추가 배치된다.

최첨단 버지니아급 공격용 핵잠수함 2척(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도 2009년이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옮긴다. 이 잠수함은 적 해안에 침투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지상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왜 갑자기 태평양일까?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4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1년, 2006년에 공개된 QDR에 이런 구상이 잘 녹아 있다”고 말했다.

2006년 QDR 보고서는 47쪽에서 “항공모함은 최소한 6척을, 잠수함은 전체의 60%가 태평양에서 활동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현재 미 해군의 항공모함은 니미츠급 9척을 포함해 모두 11척. 괌, 하와이, 샌디에이고 등 태평양지역 소속은 4척에 그친다. 그러나 QDR에 따라 최소한 6척을 태평양에 배치한다면 앞으로 2척이 대서양을 떠나야 한다.

미 해군은 공격용 핵잠수함을 53척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태평양 배치 잠수함은 절반가량인 25척. ‘60% 배치’ 원칙에 따라 하와이, 샌디에이고, 브레머턴(워싱턴 주)에 2010년까지 잠수함 6척이 추가 배치된다.

이 때문에 대서양 연안의 버지니아, 코네티컷 주 상하원 의원들은 “우리 지역에서 (부대시설의 고용 효과가 큰) 항공모함을 뺏길 수 없다”며 치열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고 군사전문 사이트인 워룸(War Room)이 보도했다.

이 밖에도 괌의 앤더슨 기지에 B-52 폭격기를 대체하는 B-2 스텔스 폭격기가 배치되고 KC-135 공중급유기의 괌 배치 수가 늘어났다. 공군력 확충도 중국에서 가까운 북태평양을 중심으로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 목표는 군사대국 중국

QDR는 이런 태평양 전력 강화를 “통상 및 해상 운송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윌리엄 팰런 태평양사령관은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중국과의 무력 갈등? 그런 건 상상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중국 견제용이라는 해석에 이견이 없다. 워싱턴 군사전략에 정통한 고위 소식통은 22일 “미국의 현재 전력은 중동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지만 잠재적 갈등이나 분쟁 상대국은 중국이 될 것이란 점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군사예산을 매년 10% 이상씩 늘려 왔다. 2007년 국방예산은 450억 달러. 일부 축소 의혹을 감안해도 미국 예산의 10분의 1 수준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비정상적 군사 현대화 속도’를 우려하고 있다.

오랜 기간 미국의 동맹이던 인도네시아가 2005년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중국제 무기 도입을 시작한 것도 미국의 태평양 전력 강화를 부채질했다.

미국이 상정하는 태평양에서의 무력충돌은 중국과 대만의 분쟁에 개입하는 경우다. 항공모함의 모항을 태평양으로 옮기는 계획을 검토한 의회조사국(CRS)의 보고서도 ‘A항구에서 대만 해역까지 도달하려면 이틀 걸린다’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핵 개발에 성공한 북한의 존재도 제1요소는 아니지만 미국으로선 골칫거리다. 2006년 QDR는 핵 개발을 진행 중인 북한을 ‘잠재적 적국’으로 묘사했다.

이런 탓에 미군의 태평양 전력 증강 조치가 거론될 때마다 미 언론에는 ‘북한 요소’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무력 사용을 상정해서라기보다는 북한이 핵 폐기 약속을 이행하도록 압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중국 자체건조 첫 항모 2009년 배치

러시아 폭격기등 장거리 군사활동 재개▼

■ 양국 美맞서 협력 강화

중국은 최첨단 무기의 개발과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국방예산을 지난해보다 18%나 증액했다.

중국의 군비증강은 미국이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해군력 증강이다. 중국은 이르면 2009년 처음으로 자체 건조한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러시아와 공동으로 2016년까지 3척의 항공모함을 추가 제작할 방침이다. 현재 미국의 76% 수준인 지상공격용 전투함 전력 증강을 위해 러시아에서 함정을 수입하고 자체 건조량도 대폭 늘리고 있다. 러시아 정부도 8일 전략폭격기 Tu-95(일명 베어)가 태평양의 괌 인근까지 13시간을 날아와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냉전 종식 이후 중단됐던 장거리 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양국은 2005년 산둥(山東) 반도에서 대대적인 상륙훈련을 한 데 이어 해가 갈수록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이달 9∼17일 러시아 우랄 산맥 기슭에서 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전체가 함께 참가하는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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