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정 은폐 시도에 대못질 하고 싶다”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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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출석한 홍보처장김창호 국정홍보처장(오른쪽)과 안영배 국정홍보처 차장(왼쪽)이 24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국회 출석한 홍보처장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오른쪽)과 안영배 국정홍보처 차장(왼쪽)이 24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문광위, 취재통제 방안 거센 질타

“국민의 소리에 귀 막는게 참여정부냐

법률도 없이 취재 제한 초헌법적 발상”

金처장 “언론자유 침해 안해… 억울하다” 엉뚱한 항변

“국민의 소리에 귀 막은 정부가 어찌 참여정부일 수 있는가.”(한나라당 장윤석 의원)

24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는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대통합민주신당도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실시를 강행하려는 청와대와 국정홍보처를 거세게 질타했다. 의원들은 “절대 다수 언론이 반대하고 국민도 반기지 않는 방안을 임기 말에 굳이 처리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이날 출석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전혀 언론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일관하면서 종종 격한 감정을 드러내 “오만하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초헌법적 발상’ ‘취재원과 언론 차단’ 우려=장윤석 의원은 “어떻게 법률적 근거도 없이 (취재원과 만나려는 언론의) 기본적 자유를 제한하려는 초헌법적 발상을 할 수 있느냐”며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선진화 방안을 재고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정병국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실이 다시 살아나지 못하게 대못을 치겠다고 했는데, 기자실에 대못을 치는 정도가 아니라 콘크리트 벽을 쌓고 있다”며 “(기자와 만난 공무원은 사후 보고를 하라는 훈령은) 언론에 취재원을 공개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촬영:신원건기자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은 “언론에 대해 피해의식이 가득한 노무현 정권이 ‘좌파정권 연장, 실정 은폐’라는 생각의 연장선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며 “노 대통령과 그 홍위병인 김 처장의 입과 생각에 대못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 국정홍보처가 이달 초 각 부처 정책홍보관리실장 워크숍에서 사용했던 회의 자료를 제시했다. 그는 “이 자료는 기자의 주요 업무를 ‘비난과 책임 추궁’으로, 기자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를 ‘촌지와 접대문화’로, 언론 보도는 ‘오보와 루머를 남발하는 것’으로 묘사했다”며 “왜곡된 기자상을 홍보 담당 공무원들에게 주입했다”고 질책했다.

민주신당 전병헌 의원도 “합의와 공감대가 부족한 상태에서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다”며 “국정홍보처는 국정혼란처가, 개방형 시스템은 폐쇄형 시스템, 취재지원 선진화는 취재지원 후진화 방안이 됐다”고 질타했다. 그는 “대못질하겠다는 노 대통령과 더불어 국정홍보처는 실정(失政) 홍보를 화려하게 하면서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유선호 의원도 “이 방안은 (언론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연결된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를 가진 정책”이라며 “(정부의 ‘방안’ 강행은) 취재진과 공무원 사이를 차단할 우려가 있다”고 가세했다.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인 이광철 의원은 “이 방안으로 취재접근권에 제한이 가해졌다면 국민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라며 “그러나 언론의 낡은 관행을 극복하는 과정이라면 언론사도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 눈의 들보 안 보고 기자 ‘티끌’만 보나”=의원들은 예측 불가능한 사안 등에 쓰도록 돼 있는 예비비를 마구 쓴 국정홍보처의 무능함을 질책했다.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은 “지난해 국정브리핑 서비스 사업을 위해 예비비 61억5000만 원을 집행했는데 그 사업은 6억9000만 원 정도만 본예산으로 인정해 준 것”이라며 “예비비를 많이 써도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으니 그냥 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구식 의원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예비비 55억 원을 쓴 것을 승인하지 않고 끝까지 따져볼 것이다. 김 처장이 55억 원을 변상해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전여옥 의원은 “국정홍보처는 자기 눈에 뭐 있는지도 모르면서 기자들한테만 티끌 있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김 처장의 궤변에 가까운 ‘항변’=김 처장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상식과 배치되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김 처장은 취재접근권 봉쇄 가능성에 대한 지적에 “팩스로 자료를 보내던 것을 e메일로 보내는 걸 언론탄압이라고 하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언론이 사실을 왜곡 보도한다. 언론이 국정홍보처를 공격하는 것은 좋지만 이 기록이 역사에 남을 텐데 어떻게 평가받을지 모르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일반 기업체 갈 때는 사전에 약속하고 간다. 언론사도 무단출입 못하지 않느냐”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를 사기업과 동일시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시종 “이 방안에 위헌 요소는 없다고 생각하며 최종 결정은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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