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처 “정부가 먼저 엠바고 요청 말라”

  • 입력 2007년 8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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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처장 파면요구 결의안 제출한나라당 김충환 원내공보부대표(가운데)와 박찬숙 의원(오른쪽)이 24일 오전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파면요구 결의안을 국회 사무처에 제출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홍보처장 파면요구 결의안 제출
한나라당 김충환 원내공보부대표(가운데)와 박찬숙 의원(오른쪽)이 24일 오전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파면요구 결의안을 국회 사무처에 제출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기자들이 답답하면 얘기할 것”… 감정 대응 논란

국정홍보처가 각 부처에 “정부가 먼저 기자들에게 엠바고(보도유예) 요청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홍보처는 22개 부처 정책홍보관리실장과 홍보담당관이 참석한 가운데 23일 열린 국정홍보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지침을 각 부처에 전달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홍보처는 “엠바고 없이 자료 분량이 많은 큰 발표를 하게 되면 기자들이 답답해서라도 먼저 (엠바고를 걸자고) 얘기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회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엠바고는 언론계 내에서도 존폐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번 홍보처의 지침은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 각 부처 기자들의 반발로 뜻대로 추진되지 않자 내놓은 감정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부처 홍보담당관들조차도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엠바고 문제는 각 부처의 자율에 맡겨 달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보처 관계자는 “관행적인 엠바고를 없애고 앞으로 엠바고 요청은 최소화하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며 “의사 전달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엠바고가 그동안 정부의 행정 편의에 따라 남용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정부 맘대로 이를 없앨 수는 없는 것”이라며 “홍보처의 이러한 행태는 언론에 대한 졸렬한 감정적 대응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어린이 유괴 수사나 최근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처럼 국민의 안전이나 국익 등과 관련해 공익적 목적이 있을 경우 정부 등이 일정 기간 보도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면 기자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해 사안별로 엠바고를 정하고 있다. 엠바고를 어긴 언론사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일정 수준의 제재를 한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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