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오는 안 된다는 사람, 내 지지자 아니다”

  • 입력 2007년 8월 24일 22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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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막 끝난 20일 오후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후보 선호도는 56.6%, 한나라당 선호도는 58.2%로 높아졌다. 좌파정권을 종식시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성장엔진을 재점화(再點火)해 국가선진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민심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과 이 후보는 다수 국민의 이 같은 여망(輿望)을 실현하는 데 장애가 될 요인들은 ‘뼈를 깎는 자세’로 제거해야 마땅하다. 후보 및 측근들의 권위주의적 또는 교만한 언행은 ‘독약’에 가깝다. 자존심이 강한 우리 유권자들은 겸손하지 못한 정치주체를 관용하는 편이 아니며, 국민을 얕잡아보는 정치인 행태에 대해 투표로 본때를 보여 왔다.

이 후보는 그제 기자들이 이재오 최고위원의 ‘2선 후퇴’ 여부를 묻자 “이 최고위원이 안 된다는 사람들은 모두 제 지지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이 후보)를 지지한다면 그(이 최고위원)에 대해 딴소리 하지 말고, 내 뜻에 따르라는 얘기인가. 싫으면 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도 좋다는 오만인가. 지지자 이탈을 자초하는 발언이라고 우리는 본다.

이 최고위원은 이 후보 경선캠프의 실질적 좌장이었다. 그럼에도 경선이 끝나자마자 ‘2선 후퇴론’에 휩싸인 데는 곡절이 있을 것이다. 이 최고위원의 정치 행태가 이 후보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 최고위원은 경선의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진 데 대해 겸허한 자성(自省)부터 해야 할 처지다. 그럼에도 그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에게 2선은 없다”는 식의 말을 쏟아내자 ‘안하무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 최고위원은 어제 “당이 진정한 화합을 이루려면 서로가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라고 했지만, 패자(敗者)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승자 측의 오만으로 비친다. 박근혜 씨 쪽에 도와 달라고 손을 내미는 겸손이나 도량과는 거리가 먼 발언이다.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함으로써 이미 이 후보를 크게 도운 박 씨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정치리더가 ‘측근정치’를 선호하는 것은 편리하고 충성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측근정치’가 지도자의 눈과 귀를 어둡게 한다. 대통령 후보가 국민과 멀어지는 지름길이 되기 쉽다. 두 번이나 실패한 이회창 씨의 경우도 그랬다.

상대 후보가 가시화되지 않아 대선은 아직 본선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지금의 지지율에 취해도 좋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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