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측 "패자 좀더 배려해주면 안되나…"

  • 입력 2007년 8월 24일 16시 25분


코멘트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패한 이후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박 전 대표측 인사들 사이에서 이명박 후보와 측근 인사들에 대한 불만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깨끗한 경선 승복의 뜻을 받들어 자숙 모드를 유지했지만, 이 후보측이 최근 보여준 일련의 언급은 이 후보가 공언해 온 '단합과 화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판단에서 "패자에 대한 배려가 좀 더 필요한 것 아니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향후 친박(친 박근혜) 인사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진정한 화합이 이뤄지느냐, 아니면 한 지붕 두 식구로 불편한 '동거'를 할 것이냐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얘기까지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은 24일 이 후보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후보낙마를 생각하면서 겉으로만 손잡는 것이 구태", "(박 전 대표측이)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되자 발끈했다.

캠프 대변인을 지낸 김재원 의원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그런 말을 했다면 저희는 섭섭하고 답답하다. 당이 화합해서 정권교체로 가는 길에 장애요인이 되는 만큼 승자 입장에서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아야 한다"며 "지금 상태에서 가능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두고 낙마니 어쩌니 말했다고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손을 맞잡아도 될까 말까인데 이런 식이라면 단합해서 큰 목표를 이룰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고, 또 다른 측근도 "그런 발언들이 의도적으로 우리에게 싸움을 걸려고 하는 시비라면 말려들지는 않겠지만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그런 말이 반복된다면 무조건 참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27일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을 놓고서도 박 전 대표측 기류가 심상치 않다.

캠프 선대부위원장 출신으로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 이규택 의원은 "화합 차원에서 이 후보측에서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를 찾는데 이 후보측이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그런 느낌이 있다"면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둘 다 최고위원인데 최고위원직 한 명 정도는 화합을 위해 양보해야 하지 않느냐. 두 개를 다 독식하려니까 저희 쪽에서는 실제로 부글부글 끓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해서 당 조직을 독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오늘 이재오 최고위원을 만나 담판을 짓고 자기들이 다 하겠다고 하면 최악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은 현재 경선 출마를 선언한 안상수 의원을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원 의원은 전날 이 후보가 공개석상에서 내주에 박 전 대표를 만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서도 "만약 성사되지 않는다면 패자가 옹졸하게 못 만나겠다고 뿌리친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패자를 배려해준다면 먼저 연락해 조율하고 언론에 발표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이 후보가 "당의 색깔과 기능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친박 의원인 김용갑 의원이 성명에서 "당의 화합보다 새로운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공개 비판한 것도 이 후보의 '당 화합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박 전 대표측의 불만 기류를 대변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불만은 집단적인 의사표시보다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27일 박 전 대표가 선대위 관계자 80여 명을 초청해 그 동안의 노고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주재하는 만찬 회동은 행사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의 '불만 기류'나 '문제 의식'이 집단적 의사표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한편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을 지 여부에 대해 김재원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 "박 전 대표는 이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는 일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고 맡아야 할 분야이지, 선거기획을 하면서 인사권이나 재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대위원장을 맡느냐 안맡느냐가 아니라 박 전 대표가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가 그 부분이라는 것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