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비호' 靑실장 개입의혹 조사

  • 입력 2007년 8월 24일 14시 43분


코멘트
가짜 예일대 박사로 확인돼 동국대 교수에서 파면된 신정아(35·여) 씨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은 24일 청와대의 누군가가 신 씨를 후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신 씨의 허위학력을 처음 폭로한 장윤 스님(동국대 전 이사)이 신 씨의 배후 지원자를 잘 알고 있다고 들어 지난달부터 몇 차례 검찰에 나와 줄 것을 요청했으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윤 스님이 검찰에 나오면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청와대 변양균(58)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장윤 스님을 회유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은 이날 변 실장이 장윤 스님이 신 씨의 가짜 학위 사실을 언론에 폭로한 직후인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장윤 스님에게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 조용히 있으면 적당한 때 동국대 이사직에 복직되도록 하겠다"며 회유를 했다고 보도했다.

장윤 스님은 올해 2월 동국대 이사회에서 신 씨의 허위학력 문제를 제기했다 5월 29일 이사에서 해임됐다. 이에 장윤 스님은 동국대 이사회의 해임 결의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22일 "해임결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해임 결의 무효 판결을 내렸다.

장윤 스님은 얼마 전 해외로 출국해 23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장윤 스님이 주지를 맡고 있는 전등사 관계자는 이날 "며칠 전부터 스님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변 실장은 이날 "미술에 관심이 많아 신 씨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지만 개인적 친분은 없으며, 이 문제로 누구에게 부탁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변 실장은 또 "5월 지인을 통해 장윤 스님을 처음 만났고, 7월경 다시 만난 적이 있지만 당시 장윤 스님이 동국대의 여러 갈등사안을 거론해 '어떤 문제든 갈등을 지나치게 확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을 뿐"이며 "당시 내가 신 씨 문제를 스스로 꺼내지 않았고, 장윤 스님도 여러 갈등 사안 중 신 씨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고 천 대변인은 전했다.

천 대변인은 "변 실장이 (청와대 불자모임인) 청불회 회장을 맡으면서 불교계 의견 수렴 창구역할을 해왔다. 수십 명의 불교 관계자들을 만났고 (장윤 스님은) 그 중에 한 분이다"라며 "정책 민원을 들어주는 것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오영교 동국대 총장은 이날 동국대 이사회에 참석해 "(변 실장이 장윤 스님을 만난 것을 두고) 내가 부탁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지만 절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총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 종단에서 누군가 나서서 '내가 부탁했다. 잘못했다'는 식으로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해 누군가가 변 실장에게 장윤 스님을 만나달라고 부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오 총장과 변 실장은 2005년 각각 행정자치부 장관과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함께 참여정부에서 일했다.

광주비엔날레재단과 광주시도 신 씨를 비엔날레 예술총감독으로 내정하는 과정에 청와대의 외압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 측 인사가 감독선임에 개입한 일은 역대 비엔날레 사상 없었고, 현재도 그 여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