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후보 “화합이 먼저, 변화는 그 다음”

  • 입력 2007년 8월 2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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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듯’ 귀엣말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오른쪽)가 23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상근자 해단식에서 이재오 최고위원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이 최고위원에 대해 “(그가) 흑심이나 사심을 갖고 일한다는 얘기도 하는데, 나는 확고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종승 기자
‘보란듯’ 귀엣말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오른쪽)가 23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상근자 해단식에서 이재오 최고위원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이 최고위원에 대해 “(그가) 흑심이나 사심을 갖고 일한다는 얘기도 하는데, 나는 확고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종승 기자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23일 당 개혁과 관련해 ‘선(先) 화합, 후(後) 변화’를 강조했다.

▽“혁명적 변화 바람직 하지 않아”=이 후보는 이날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상근자 해단식에 참석하기 직전 기자들이 ‘강재섭 대표가 인터뷰를 통해 당 인적 쇄신에 반대한다고 했는데…’라고 묻자 “언제 인적 쇄신을 한다고 했느냐. 인적 쇄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 화합 후 변화다. 내가 혁명하는 사람이냐. 쇄신하게…”라고 반문했다.

이 후보는 해단식 인사말에서도 “정권교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합”이라며 “민주사회는 꾸준히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이지, 어느 날 자고 일어나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개혁에 대한 당내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김용갑 의원은 이날 “이 후보가 당의 화합을 먼저 이끌어 냈어야 함에도 ‘당의 색깔, 기능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한 것은 새로운 갈등을 조장하는 것일 수 있다”며 “당의 개혁은 후보 개인 차원이 아니라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촬영: 이종승 기자

▽박희태-김덕룡 등 직설적 평가=이 후보는 이날 해단식에서 캠프 인사들에 대한 직설적 평가를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희태 공동선대위원장에 대해서는 “경륜과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캠프를 이끌었다”고 평가했고,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에 대해선 “늦게 캠프에 합류했지만 호남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선 후퇴’ 논란에 휩싸인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이 최고위원은 안 된다고, 너무 강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분들은 제 지지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최고위원이 흑심이나 사심을 갖고 일한다는 얘기도 하는데, 그런 점에서는 확고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정권교체라는 목표에 어떤 희생도 할 결심이 되어 있다. 누가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그렇게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전여옥 선대위 부위원장을 거론하며 “전 의원의 합류가 보수 세력에게 이명박이 안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무자 2명에 대한 칭찬도 빠뜨리지 않았다. 동서대 교수인 김대식 대외협력단장을 거명하며 “교수로서 이렇게 현장 감각이 뛰어난 분은 드물다”고 했고, 이영수 유세지원단장에 대해선 “선거를 치르면서 유세 현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고 평가했다.

▽“핵 협상 중 평화협정 안 돼”= 이 후보는 또 해단식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 핵 폐기 협상 중에 평화협정을 맺으면 핵에 대한 현실을 인정한다는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남북 정상이)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촬영:신원건 기자

이 후보는 이어 후보 당선 후 첫 민생 행보에 나섰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과 중구 남대문시장을 잇달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했다. 또 남대문시장 상인협회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집권하면 경제가 잘 되게 하는 게 목적이고 그 다음에 세금을 감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이명박 후보의 언론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5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제주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주자 초청 세미나에서 자신의 언론관을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이 세미나에서 현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현 정부의 취재통제 조치는 전쟁이나 국가 비상 상황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 후보는 당시 “진심으로 나라 걱정하는 지도자라면 자기가 미처 못 보는 분야, 억울한 사람에게 제도적 미비로 고통 주는 것은 절대 원치 않을 것”이라며 “취재의 자유 없이 어떻게 정부의 부정부패와 밀실행정을 감시하고 막을 수 있겠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집권하면 언론과의 관계는) 과거 정치사에 없는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며 “그렇다고 ‘정언(政言) 유착’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국정을 잘 수행하기 위한 관계를 갖겠다는 것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브리핑룸 통폐합에 대해서도 그는 “후진국 독재 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라며 “다음 대통령이 원상복구를 할 텐데…”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그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하는 일은 안 할 것이고, 잘 해서 보도 잘 하라는 부탁을 해야 하니까 기자실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 때도 기자실을 폐쇄하라는 편지가 각종 단체에서 많이 왔는데 거꾸로 기자실을 더 잘 꾸며줬다”며 “언론인 여러분은 지금 무리가 있더라도 다음 정권이 바뀌면 정상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계속 언론자유를 쟁취하는 일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신문법과 관련해 “2005년 신문법이 제정되면서 보도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독소 조항이 들어가 위헌 요소가 있다”며 “당시 신문법, 사립학교법이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한나라당도 이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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