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114조→147조 걷어 다 어디 썼나

  • 입력 2007년 8월 2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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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각종 국책사업과 공공부문 비대화 등으로 정부 지출은 급증하고 있다.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거둬들였지만 정부의 ‘씀씀이’가 워낙 크다 보니 재정 적자 규모는 더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외면한 채 임기 말까지 계속 공무원 증원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상황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비효율적 지출을 줄여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향후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도래에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크고 비효율적인 정부’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 세수 늘려도 지출 감당 못해

현 정부 들어 지난해까지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은 매년 늘었지만 나라 살림은 첫해인 2003년을 제외하고 매년 적자를 보이고 있다. 적자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세수(稅收) 증가분에 비해 정부의 씀씀이는 훨씬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비전2030’ 등 사회안전망 확충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지출을 늘리고 있고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균형발전을 위한 각종 대형 국책사업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공무원 수 확대 등 갈수록 가속화되는 공공부문 비대화도 재정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 정부는 임기 첫해인 2003년 3225명의 공무원을 늘렸으며 2004년에도 9700명을 증원했다. 2005년에는 수치상으로는 1만7166명이 줄었지만 이는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로 바뀌면서 철도청 공무원 2만9756명이 민간인 신분으로 달라졌기 때문으로, 실제로는 역시 더 늘어난 셈이다.

이어 지난해에는 1만8781명의 공무원이 늘었고 사실상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들어서도 조직 개편과 신설, 명칭 변경 등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운 각 부처의 ‘공무원 늘리기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한국의 공무원 수는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하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하면 시대 역행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재정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22일 발표된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으로 앞으로 6년 동안 세금이 3조5000억 원 정도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라살림은 더욱 빠듯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계속 세금을 늘려온 현 정부가 세금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돈 쓰는 사업을 잔뜩 벌여 놓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무원 수를 늘리는 추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세금 감면은 재정 악화만 가속화할 수도 있다.

○ “정부 지출 줄이는 장치 마련해야”

재정 건전성 악화는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국가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재정 건전성은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 가운데 하나다.

미국계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6월에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 채무 비중이 늘고 있다”고 지적하며 “고령화 사회에 따른 재정 압박과 북한 관련 비용으로 국가 채무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출 상한선 도입 등 과도한 정부 지출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 독일 일본 등도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 정부 지출 삭감을 통한 ‘작은 정부’ 구현에 나서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수석연구원은 “고령화 등으로 재정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정부 효율성을 높이고 재정 지출 상한선을 도입해 정부 지출 증대를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이만우(경제학) 교수는 “경제성장은 잘되지 않고 세금도 잘 걷히지 않는데 현 정부의 복지 지출이 너무 커서 이렇게 적자가 계속 커지고 있다”며 “재정 적자가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작은 정부’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순천향대 김용하(금융보험학) 교수는 “국가 채무가 늘면서 미래 정부와 국민에게 부담을 떠안기고 있다”며 “재정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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