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美, 바다에서 한판 붙자”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8월 24일 02시 59분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지구촌 남과 북의 대양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미국과 충돌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인 남태평양에서 최근 중국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북극해에서는 러시아가 석유와 각종 자원이 풍부한 이 해역의 영유권을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최근 미국이 두 나라에 대한 견제에 나서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태평양서 중국 견제 나선 미국=최근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아와 멜라네시아, 미크로네시아에 분포된 14개 군소 섬나라에 대한 중국의 원조, 투자, 이민이 늘면서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남서태평양: 미국의 이익과 중국의 영향력 증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남태평양 지역에서 세 번째로 원조 규모가 큰 국가로 부상하는 등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며 미국의 외교적 노력 강화를 촉구했다.

이 중 자유국가연합(FAS)으로 불리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3개국은 미군기지가 있는 괌, 콰절레인과 다른 태평양 국가 사이의 완충지대로 미국의 안보상 매우 중요한 지역.

이들 3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 대해 미국은 냉전이 끝난 뒤 지리적으로 가까운 호주와 뉴질랜드의 역할을 강조하며 ‘관대한 방관’ 정책을 펴 왔다. 그러나 이로 인해 힘의 공백이 생기면서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초래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국이 이들 태평양 국가를 파고드는 무기는 ‘돈’.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는 지난해 4월 피지에서 열린 태평양제도포럼(PIF)에서 3억7500만 달러의 개발원조와 차관을 남태평양 국가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지역 내에서 중국인의 총자산 규모는 이미 6억∼10억 달러에 이르며 중국인 체류자도 8만∼20만 명 선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태평양 섬나라들은 미국의 공백으로 인한 침체를 겪으면서 중국의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비교적 규모가 큰 파푸아뉴기니, 피지, 솔로몬제도가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의 외교를 중시하는 ‘북쪽을 보라(Look North)’ 정책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중국인들이 지역 경제를 잠식하면서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통가에서는 중국인 상점을 겨냥한 폭동이 일어나 8명이 사망했고 같은 해 4월엔 솔로몬제도에서 주민 1000여 명이 친중 성향의 정부에 반대하는 폭력시위를 벌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올해를 ‘태평양의 해’로 선언했지만 미국이 남태평양에 대한 지원과 개입을 늘리지 않으면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이에 따른 혼란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우려했다. ▽북극해의 미-러 ‘오일 러시’=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20일 미국이 과학자 20명과 해안경비대를 동원해 이 지역에 대한 탐사를 시작했다며 알래스카를 발판으로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오일러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보도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석유 등 각종 자원이 풍부한 이 해역의 개발과 영유권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인 셈이다. 따라서 이미 이 해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북극해의 지리적 특징을 파악한 뒤 해저에 묻힌 석유와 광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법상 북극은 인접국의 200해리 경제수역만 인정하고 있지만 북극해의 대륙붕과 영해의 연결을 입증한 국가는 영유권을 확보한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이달 초 북극점에 자국 국기를 꽂고 북극해 해저 대부분이 자국 소유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이미 2001년 북극해의 영유권을 공식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양국 간 군사적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러시아는 14일부터 5일 동안 미국의 알래스카 주 인근 북극해 해상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핵 폭격기 수십 대가 동원됐으며 크루즈미사일 시험발사도 진행됐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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