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공수부대가 멧돼지 잡는 부대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8월 2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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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통령이 되면 공수부대를 동원해 멧돼지를 소탕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특전사 출신 예비역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예비후보인 유 전 장관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되면 공수부대를 동원해 멧돼지를 잡아 포획량의 10%는 부대에 넘기고, 나머지는 도축해 양로원에 주거나 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특전동지회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최정예부대인 특전사의 애국 충정을 멧돼지나 잡는 사냥꾼의 임무로 비하하고 모독한 망언”이라며 “유 전 장관이 사과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전사 측도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특전사의 한 관계자는 “유 전 장관이 특전사의 위상과 임무, 훈련내용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궁금하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뒤 “발언의 진의를 떠나 특전사가 ‘멧돼지 소탕부대’로 폄훼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발언 파문이 확산되자 유 전 장관 측은 23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이 동계훈련과 멧돼지 포획을 연계해 농촌지역 어르신들의 안전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다”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기엔 늦은 것처럼 보였다.
유 전 장관이 문제성 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특정 신문을 ‘독극물’, ‘불량식품’에 비유하고, 정치적 노선이 다른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같은 당 의원도 “위아래도 없고 남의 상처를 헤집어 소금까지 뿌리는 사람”이라며 손사래를 칠 정도였다.
그가 계속 설화(舌禍)에 휘말리는 이유로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경박한 수사(修辭)가 지적된다. 경기 이천시의 이전 반대 등으로 사기가 땅에 떨어진 특전사의 처지를 고려했다면 진의를 떠나 그런 발언을 자제해야 하지 않았을까. 또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특전사가 ‘멧돼지 사냥꾼’으로 희화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군심(軍心)은 어떨까.
유 전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것이 군 통수권자를 꿈꾸는 대선 예비후보로서 조국 수호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장병들에 대한 ‘작은 배려’이기도 하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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