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오공단]北, 동양의 아프리카

  • 입력 2007년 8월 24일 02시 59분


코멘트
새로 시작된 아프리카 연구 과제의 일원이 됐다. 동아시아가 전문인 내게 연구팀의 일원이 돼 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 농담이냐고 웃었다.

참가를 결정한 이유는 아프리카에서도 과연 시민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서였고, 동아시아의 사회 경제 발전 지식이 도움이 될 거라는 동료들의 권유를 거절할 수 없어서였다. 좋은 선배들과 현명한 아프리카 전문가들의 책과 보고서를 읽는 기초 작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좋은 책들을 많이 접하고 그들의 지혜와 경험을 알게 되는 기쁨을 맛봤다. 많은 책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것은 2006년 출판된 로버트 칼드리시의 책이었다. 제목은 ‘아프리카의 문제점: 왜 외국 원조가 도움이 되지 않는가’였다.

칼드리시는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으로 몬트리올대, 옥스퍼드, 서식스, 런던에서 교육을 받았다. 1968년 영국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옥스퍼드에 갔고, 1975년 11월 난생처음 아프리카 땅을 밟았다. 이후 30년간 국제발전 분야에서 일했다. 세계은행의 아프리카 전문가로 근무하면서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살았다. 1997∼2000년에는 세계은행의 아프리카 대변인으로 일하면서 아프리카의 원천적 문제점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지적했다. 현재는 세계은행을 은퇴하고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돌보면서 책을 쓰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北-阿, 장기독재 경제파탄 닮은꼴

그의 책을 읽으며 나는 많이 웃었다. 아프리카의 비참한 가난, 빈부의 격차, 독재자들의 한도 끝도 없는 치부와 부패, 권력의 남용, 시민사회는커녕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삶이 박탈된 사회 경제상, 변변한 약이나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 나가는 에이즈 환자들과 그 뒤에 홀로 팽개쳐지는 고아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고통스럽게 대해야 하는 현실을 읽으면서 웃었다고 하면, 내가 정신이 제대로 있나 의심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 웃은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해 오면서 머리가 반쯤 돌 것 같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북한 같은 나라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이 바로 동양의 아프리카다.

칼드리시의 책은 처음에는 좋은 교육을 받고 프랑스에서 귀국한 서북부 아프리카 국가의 원수들이 점점 권력의 맛에 빠져 기고만장한 이기적 독재자로 전락하는 과정을 차분히 잘 묘사했다. ‘권력이 오래가면 썩는다’는 간단한 진실이 아프리카와 북한에서만큼 확실한 예를 보여 주는 경우는 드물다. 이기적이고 자신의 권력 유지에 급급한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의 복지, 경제 환경, 생존을 위한 국가의 교육 및 기술 양성에는 관심이 없다. 윗물이 썩으니 아랫물은 저절로 구정물이 되고, 상층 지도부에서 하급 관료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신의 영달과 치부에 바쁘다. 죽어 나가는 사람들은 권력도 계급도 경제력도 없는 농민과 시민들이다. 새 지도자가 나와도 그 역시 권력 남용의 지도자여서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된다. 외국에서 들이부은 돈은 지도자들의 주머니, 권력을 가진 집단 손에 들어가며, 아래에서 신음하는 빈곤층은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

외부 원조가 오히려 부패 조장

한국이 20세기의 경제 기적을 이뤘고, 지금은 중국, 베트남, 인도가 새 경제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태평양-아시아 세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젠 아무도 아시아를 후진적 농업권으로 매도하지 못한다. 너도나도 다 21세기 발전의 기차를 타고 있다. 그중 홀로 가는 나라가 북한이다. 홀로라도 가면 다행이련만 한국에 바라고, 중국에 의지하고, 다른 나라가 주지 않으면 심통을 부리는 국가로, 동양의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로 남아 있다. 한국의 이웃이 가장 비참한 아프리카 국가 이웃이다. 칼드리시는 단호히 결론지었다. 외국의 원조는 결국 아프리카를 남에게 의존하게 만들고, 내부적으로는 더 부패한 지역으로 몰락시켰다. 이제는 아프리카가 스스로 일어나도록 지침은 주되, 그들이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방법을 찾게 할 시점에 도달했다. 한국이 아프리카 이웃 전략을 새로 짜야 될 때다.

오공단 미국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