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을 낸 데 대해 이 씨는 “기쁘고도 조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열(이문열 씨의 본명)이가 책을 내야 한다고 성화였습니다. ‘형님이 최고 작가는 아닐지 몰라도 소설집은 충분히 낼 만하다’면서요.”
표제작은 회사를 부도낸 ‘나’와 악인 권오달 박봉출을 통해 ‘선악이 뚜렷하게 구분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던진 중편으로, 외환위기 당시 사업에 실패한 작가의 경험이 담겼다. 이 밖에 ‘구걸’이라는 행위에서 윤리의식을 탐구한 ‘시선(施善)에 대하여’ 등 6편의 중·단편이 묶였다. 평론가 권영민 씨가 “제도의 합리성과 그것을 운영하는 인간관계의 신뢰성, 현대사회의 모더니티의 궁극점에 해당하는 것을 문제삼는 작품”이라고 평가할 만큼, 쉽게 읽히기보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유명 작가인 동생에게 질투를 느끼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경쟁자라기엔 터울이 많이 져서(8세)…. 아버지가 월북해 안 계신 뒤로는 아버지와 아들 같은 관계가 돼서 오히려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씨가 구상하는 다음 작품은 가족사를 담은 장편. 동생이 일찍이 ‘영웅시대’와 ‘변경’을 통해 가족사를 소설로 내놓은 터여서 부담스러울 법하다. 그렇지만 이 씨는 “내게는 나만이 본 것,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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