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네티즌 '디 워' 맞장 토론

  • 입력 2007년 8월 23일 22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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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로 활동 중인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와 네티즌들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심형래 감독의 SF 영화 '디 워'를 놓고 '진중권 vs 누리꾼 맞장토론'을 벌였다.

진 교수는 앞서 10일 MBC '100분 토론'에 패널로 참여해 이 영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거침없는 표현을 통해 제기했으며 이후 이 영화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네티즌들과 온라인을 통한 설전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와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청자 가운데 선발된 네티즌 '브렛(Brett)' '콜린(Collin)' '아나키스트9(anakist9)' '점셋(…)', 대구가톨릭대 김광수 교수 등 5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네티즌 4명은 실명이 아닌 아이디를 내걸고 토론에 참여했으며 논쟁은 '디 워'의 서사구조에서 시작돼 컴퓨터그래픽(CG)과 애국심 마케팅, 미국 시장 진출,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공방 등으로 이어졌다.

진 교수는 "심형래 감독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은 좋은데 작품은 작품만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며 "영화에는 기본적으로 서사가 있는데 '디 워'에는 서사가 아예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네티즌 '콜린'은 "'디 워'에 서사구조가 심각하게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심 감독의 의도는 영화를 보고 나서 파악하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므로 포괄적으로 서사가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네티즌 '점셋'은 "진 교수가 말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사 기준을 가지고 지금의 영화를 해석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진 교수는 "네티즌들의 대표적인 오류는 서사를 제재로 착각하는 것인데 서사는 인과관계이고 제재는 글감"이라며 "CG 없는 영화는 있지만 서사 없는 영화가 있느냐"고 맞받아쳤다.

애국심 마케팅에 대해 네티즌 '아나키스트9'은 "한국 CG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재미 있는 CG를 보러 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진 교수는 "'디 워'의 CG가 볼 만했다고 하는데 300억 원 들어갔지만 우리가 돈 주고 보는 할리우드 영화에는 2천500억 원이 들어갔다"며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란 말을 한다"고 반박했다.

진 교수는 또 '관객이 서사 외에 다른 구조에서도 재미를 느끼고 있는데 영화를 바라보는 평론가의 시선도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문근영이나 이나영 보겠다고 영화를 보러 가긴 하지만 그걸 가지고 평론하거나 평점을 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디 워'의 미국 시장 흥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데 대해 김광수 교수는 "미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웃음 코드나 액션 코드가 있다"며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 시장에 도전한 것에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평론의 기준과 이론이 있기 때문에 미국 평론가들도 한국 평론가들과 다를 게 없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시장은 300억 원을 투자한 영화는 제작비 뽑기도 어려운 규모라 심 감독의 전술이 한 번은 괜찮겠지만 한국 영화의 미래나 일반적 전략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일부 네티즌들이 평론가들에 대해 비난을 쏟아붓고 있는 데 대해 "정치적인 파시즘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만 일상적인 파시즘은 사회에 남아 있다"며 "지금은 영화에 대해 잘못됐다는 평가를 아예 막고 몰려다니며 실질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나키스트9'은 "네티즌과 평론가들의 논쟁은 액션과 리액션의 관계"라며 "대중의 폭력이란 파시즘의 현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하나의 액션과 리액션인데 진 교수도 그것을 알고 발언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은 2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쿠키뉴스 홈페이지 동영상을 통해 편집본이 방송됐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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