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 당혁신 앞서 연착륙 시도하나

  • 입력 2007년 8월 23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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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일성으로 전면적인 당 혁신 방침을 시사했던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23일 현안의 우선순위를 교통정리하면서 먼저 당에 연착륙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 상근자 해단 모임에 참석, 당 혁신 문제 등에 대해 "누가 인위적 인적 쇄신을 한다고 했느냐"며 최근 당내의 인적 쇄신 논란을 일축하면서 "그런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며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또 "민주사회라고 하는 것은 꾸준히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이지, 어느 날 자고 일어나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고 밝혀 점진적 변혁이 이뤄질 것임을 강조했다.

범여권이 본격적인 경선에 들어가면서 이 후보에 대한 확실한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총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 조직을 안정시키고 다독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상황인식에 따른 단계별 처방전을 제시한 셈이다.

특히 당선 직후 당의 변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당의 조직과 인사 등에 대한 대대적 혁신 바람이 몰아닥칠 것으로 해석되면서 당 조직이 동요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조기에 진화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당내에서는 "색깔과 기능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당선 직후 언급이 나오면서 "보수와 영남을 버리자는 것이냐", "인위적 인적 쇄신을 예고하는 것이냐"는 등의 불만과 불안감이 확산돼 왔던 게 사실이다.

실제 김용갑 의원은 이날 개인 성명을 통해 "안에서 던진 돌이 더 아프다"며 "이 후보가 당의 화합을 먼저 이끌어 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의 색깔, 기능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것은 당의 화합보다 새로운 갈등을 조장하는 것일 수 있다"고 이 후보의 당 혁신론을 공개 비판했다.

그는 "당의 개혁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면서 "후보 개인의 독단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한나라당은 민주공당이 아닌 사당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강재섭 대표도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경선을 해 놓고, 이긴 쪽 진 쪽을 놓고 무슨 살생부를 놓고 억지로 치고 하는 그런 개념의 인적 교체 청산에는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가 이날 "당과 나는 본래 이질적인 존재가 아니고, 동질적인 것이었는데 본래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캠프 식구들에게 "공·사석에서 언행을 조심해 달라"고 각별히 당부한 것도 자칫 자신의 당 혁신 구상이 당내의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후보 주변에서는 당 조직을 확실히 후보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당 사무처 등 하부조직 자체가 '구주류'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상황을 본선 정국이 본격화하기 이전에 정비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 있는 것.

이 후보측 관계자는 "당과 사무처에서 '후보 길들이기'를 하려는 조짐이 있는 것 아니냐"면서 "빨리 후보 중심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당 사무처에 상대측 세력이 있는데 은근히 우리를 물 먹일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불안한 속내를 드러냈다.

다른 관계자도 "당 쪽에서 보이지 않는 저항이 만만치 않은 것 아니냐"면서 "이재오 최고위원과 관련된 논란도, 전혀 사실과 다른 얘기가 당직자 입으로 나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는 이 후보의 당 안착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가 당에 빨리 접목될 수 있도록, 대변인도 수행을 하도록 했고, 금명간에는 후보 비서실도 구성해 당무를 파악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짰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24일)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여의도연구소 등에서 한 두 시간 후보에게 보고를 해 좀 개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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