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모든 갈등 용광로에 녹이겠다"

  • 입력 2007년 8월 23일 1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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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는 23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선대위 상근자 해단식을 주재하고 경선 기간 자신의 당선을 위해 헌신한 데 대해 감사함을 표시했다.

당선 직후인 20일 저녁 '캠프 해단식'을 열고 선대위 해체를 선언하긴 했지만 당시 잔여 업무를 보느라 참석하지 못했던 핵심 상근자들이 적지 않았던 만큼 이날 마지막으로 공식 해단식을 가진 것.

이로써 이 후보의 경선캠프는 완전히 해체되고 측근과 관계자들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됐지만, 추석 이후 대통령선거대책위가 당에서 공식 출범하게 되면 적지 않은 인사들이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승리한 캠프이지만 "선거에선 이기고 당심에선 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해단식은 줄곧 숙연한 분위기에서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도 캠프 상근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다정히 격려했지만 인사말에서는 점령군처럼 행동하지 말고 '승자의 자중과 겸손'을 보일 것을 신신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 좌장격이었던 이재오 최고위원이 당에 자신의 집무실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발언한 것처럼 오해가 빚어지고 기존 구주류 측에서 "당을 완전히 접수하려는 게 아니냐"고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되는 점을 경계한 셈이다.

이 후보는 "내 자신이 정치적 경험이 부족했던 점이 많았다. 여러분들이 잘 해주신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표한 뒤 "캠프를 해산한 것은 당과 캠프의 관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동관 공보실장이 전했다.

그는 또 캠프 관계자들이 경선룰 협상 등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낙승에 실패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의기소침'해 있는 점을 염려한 듯 "누가 실수했나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그 때 양보 안 하고 버텼다면 상황이 어땠을 지 모르지 않겠나. 실수가 있었다면 여러분보다 내가 더 많이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가장 중요한 것은 화합"이라며 "말과 행동을 조심하라. 우리끼리는 편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들으면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기려면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분의 열정, 정성, 애정을 하나하나 가슴 속 깊이 갖고 있겠다. 앞으로 어느 곳에서든 자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해단식 직후 서울 종로5가 광장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된 뒤 갖는 첫 민생일정으로 재래시장 방문을 선택한 것.

이 후보가 나간 뒤 캠프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캠프 관계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격려했다. 이기고도 다소 면목없어 했던 참모들은 "후보가 당에 착근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마지막까지 '주군'을 걱정했다.

이 후보는 이날 당원들에게 '감사와 다짐의 글'이란 제목의 서신을 보내 당선사례를 했다.

그는 서신에서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에 감격보다 오히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한 뒤 "당원 여러분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절체절명의 과제인 정권교체를 위해 경쟁했던 박근혜, 원희룡, 홍준표 세 분의 후보는 물론 이 분들을 지지했던 모든 분들과 손잡고 정권탈환의 대장정에 나서겠다"면서 "모든 갈등은 용광로에 넣어 녹이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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