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가 오히려 분배를 악화시킨다"

  • 입력 2007년 8월 23일 15시 18분


코멘트
한국재정학회는 '복지지출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 연구'라는 용역보고서에서 조세제도를 통해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학회는 조세보다는 인적자본에 대한 재정지출 확대가 분배와 성장 양쪽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 조세가 분배를 악화 시킨다

학회는 조세가 분배를 개선하지 못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간접세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에 누진과세가 가능한 직접세 비중을 높이자'는 것이 조세개혁의 암묵적 목표로 자리잡고 있으나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는 개인 소득세의 비중이 낮고 소비세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누진적 소득세를 통한 소득세분배 개선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소득세의 비중을 올리기도 어려운데 이는 국제적 조세인하 경쟁을 감안해야 할 뿐 아니라 조세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재산보유에 대한 과세에서도 누진적 세율체계가 적용되지만 그 비중이 거래과세에 비해 낮기 때문에 실질적인 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근로소득자와 사업소득자간의 '수평적' 불형평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근로소득은 과세당국에 의해 정확히 포착되지만 사업소득자의 실질소득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일한 소득의 계층이 제도적으로 또는 세무행정의 미비로 다른 액수의 세금을 낸다면 수평적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학회는 문제를 제기했다.

◇ 조세보다는 지출을 통해 분배개선 해야

학회는 소득분배 개선에는 조세보다 지출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조세는 분배개선 보다는 재정지출을 위한 재원 조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 예산의 중심축이 사회간접자본(SOC) 등 경제사업에서 교육. 훈련 등 인적자원 분야로 옮겨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학회는 조언했다.

인적자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소득 재분배 개선 효과를 얻는 동시에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다. 저소득층, 여성인력, 중소기업 인력 등에 대한 교육투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면 인적자본의 질이 높아지고 이는 R&D 투자를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반면, 임시적 일자리 창출이나 한시적 인턴사원 제공 등에 예산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아울러 거시경제 안정이나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지원은 단기적으로 경기침체, 실업 등의 경로로 분배를 악화시킬 수 있으나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성장과 분배 양쪽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모든 복지지출을 맡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민간부문의 시장원리를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왜 분배를 개선해야 하나

학회는 앞으로 분배가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복지제도나 관련 지출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령화로 은퇴인구가 늘어나고 노동시장의 비효율로 실업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산가격의 급등, 국제 자본과 전문 인력의 이동 확대 등도 분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분배가 악화되면 사회 안정이 깨지면서 성장에 필요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복지지출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면 정부 자원 분배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가 재정건전성 악화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복지혜택을 늘려주는 근시안적인 정책을 남발하면 재정 전반의 안정성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