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비대하고 첩첩한 정당 전세계적으로 없는 일”

  • 입력 2007년 8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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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이어 조직문제 거론… 당 개혁 고삐 죄는 이명박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22일 “당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형이 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전날 당무에 참여하며 “당의 색깔과 기능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명박 당’으로의 기능 및 체제 개조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당이 비대하고 첩첩(疊疊·여러 겹으로 겹쳐 있다는 뜻)인 것은 전 세계적으로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결국 이 후보가 구상하는 한나라당 체제는 전통적인 여의도식 정당이 아닌 기업형으로, 당 조직은 지금보다 가볍고 기동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 후보는 “사람을 교체해서 변화하는 것도 있지만 사람 스스로 바뀌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서울시장 시절에도 사람을 내쫓지 않았다”고 말해 자신의 당 개혁 드라이브가 당내 인력 구조조정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전날 당 개혁 화두를 던진 뒤 당 사무처 안팎에서 “대선을 앞두고 집안을 흔들겠다는 것이냐”는 말이 나오는 등 자칫 자신의 발언이 당 화합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듯하다.

이 후보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한나라당은 이미 2004년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만큼 또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은 2004년 300명에 가까운 사무처 당직자 인력을 200여 명으로 줄였다.

인적 구조조정에 대해선 강재섭 대표도 반대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이날 YTN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적 구조조정은) 인위적으로는 불가능하고 국민이 결국 심판을 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내년도 총선에서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무슨 살생부를 놓고 억지로 치고 하는 그런 개념의 인적 교체나 청산에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 등 선거 캠프에 참여한 참모들은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시절 단행한 서울시 및 관련 단체의 조직 개편 과정을 돌이켜보면 그가 생각하는 당 체제 개편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필요에 따라 순발력 있게 인력을 각 조직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 취임 후 버스노선 개편을 대비해 서울시내 교통업무 관련 공무원 250명을 교통업무와 무관한 공무원들로 교체한 바 있다. 그는 2005년 7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버스 노선 조정권을 버스회사에서 시로 가져오려면 공무원들이 버스회사와 업무상 연관이 없어야 했다”고 밝혔다.

충성 경쟁을 통해 조직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두언 의원은 “이 후보가 시장 취임 후 일각에서 ‘이 사람들이 청계천 공약에 반대했다’며 ‘살생부’를 가져왔지만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일을 더 줘 일을 시켰다”고 밝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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