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쌓였는데…宋외교 6주째 정례브리핑 안해

  • 입력 2007년 8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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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사진) 외교통상부 장관은 2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던 내외신 정례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송 장관은 7월 11일 외교부 청사 2층 브리핑룸에서 내외신 브리핑을 한 이후 6주 연속 정례 브리핑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달 21일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발생 직후 정례 브리핑이 아닌 긴급 브리핑을 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32일째 외교부 브리핑 단상에 서지 않고 있다.

송 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하지 않았지만 사전에 브리핑을 할 수 없다는 ‘양해’조차 구하지 않았다. 송 장관의 브리핑을 듣기 위해 모여 있던 기자들이 ‘왜 예정된 브리핑을 하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외교부 대변인실은 “오전에 예정된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이 있기 때문에 장관 브리핑을 잡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날로 35일째를 맞은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 8월 내내 진행된 6자회담 실무그룹 회의, 9월 8, 9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외교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외교부 수장은 입을 닫고 진행 상황 등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있는 것.

그 대신 송 장관은 13일 피랍 여성 2명이 석방된 직후 잠시 외교부 ‘기사송고실’에 들러 기자들과 환담을 하는 등 간헐적으로 ‘비공식 접촉’을 하고 있다. 넘치는 자신감과 강한 추진력으로 한때 외교안보팀의 실질적인 ‘원 톱’이라고 불리던 것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외교안보부처 일각에서는 “‘송 대령’(직설적인 언사를 사용한다고 붙여진 송 장관의 별명)이 실어증에라도 걸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주요 이슈들이 터져 진행 중인데도 송 장관이 사전 설명 없이 약속을 어기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기사송고실 및 브리핑룸 통폐합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현재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따라 기사송고실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에 반발해 외교부 청사 1층에 마련된 새 브리핑룸에서 진행되는 브리핑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아프간 현지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의 브리핑이 거부된 마당에 송 장관이 1층 브리핑룸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더라도 기자들이 참석하지 않을 것을 우려한 결정 아니냐는 것.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국정홍보처와의 사이에 낀 외교부 상황을 잘 알지 않느냐. 하루 빨리 이런 어색한 상황이 끝나 브리핑이 정상화됐으면 한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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