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속 잠자던 보석을 깨워라”

  • 입력 2007년 8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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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기술에 ‘시장의 생명’ 불어넣는 연구소 기업들

《내년 5월이면 국산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제작된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에 개봉된다. 홍콩의 인기 배우인 리롄제(李連杰)와 청룽(成龍)이 주연을 맡았으며 중국 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 영화다. 영화 제목은 ‘잃어버린 왕국’. 국내 기업이 할리우드 영화의 CG 작업 전체를 담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영화의 CG를 맡은 기업은 ‘매크로그래프’. 4월에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달 과학기술부의 승인을 받은 ‘연구소 기업’이다.》

○ 하이테크 벤처로 육성… 할리우드 입성도

대덕연구단지에는 현재 5개의 연구소 기업이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발효된 2005년 7월 이후 생겨난 기업들이다.

특별법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나 국립연구기관이 보유한 특허기술을 자본금(20% 이상)으로 출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정부 지원과 세제 혜택도 크다. 특허기술이 사장(死藏)되지 않고 산업화될 수 있도록 유도한 것.

연구소기업 5호인 매크로그래프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자체 개발한 ‘디지털 액터’라는 특허기술을 자본금으로 출자해 설립됐다.

이 기술은 컴퓨터로 배우의 외모와 움직임을 재현해 직접 촬영하기 어려운 장면을 만들어 낸다. 영화 ‘중천’에서 배우 정우성이 공중을 날아다니며 칼싸움을 하는 장면과 ‘한반도’에서 수십 척의 군함이 등장한 전투 장면에도 이 회사의 기술이 쓰였다.

매크로그래프 최승훈 경영관리실장은 “연구소 기업의 가장 큰 장점은 정부 기관이 출자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는 점”이라며 “할리우드 입성에 성공한 데는 이런 장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4호 연구소 기업 ‘오투스’도 ETRI가 기술 출자한 연구소 기업. 이 회사는 자동차를 주기적으로 자동 점검한 다음 차량정비센터나 주유소와 연계해 블루투스 통신 방식으로 운전자에게 자동차의 상태를 알려 주는 특허기술을 갖고 있다. 오투스는 이 기술로 이달 말부터 여성이나 초보, 중고차 운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 문턱 낮아진 창업과 세제 혜택이 장점

그동안 연구소가 연구 성과물을 산업화하려면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연구원이 스스로 창업을 해야 했다. 하지만 조건이 맞는 기업을 찾기 어렵고 창업을 원하는 연구원도 많지 않았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연구소 기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표준연구원이 출자한 3호 연구소기업 ‘재원세라텍’은 강화 세라믹 전문업체. 강화 세라믹으로 자연 치아와 모양이 비슷하면서도 더 단단하고 수명도 긴 인공 치아를 만들고 있다. 김종석 상무는 “3만∼4만 원 선인 수입 제품보다 싼 인공 치아를 내년부터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기계연구원도 고효율 자동차 매연저감장치 기술을 출자해 2호 연구소기업 ‘템스’를 설립했다. 홍순철 대표는 “내년 초부터 기존의 매연저감장치의 약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연구소 기업인 ‘선바이오텍’은 올해 매출액이 작년보다 2배로 늘어난 3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기능식품 ‘헤모힘’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

김치봉 대표는 “헤모힘은 당귀 등 3가지 한약재의 유효 성분을 농축한 제품으로 노인이나 수험생, 피로에 지친 직장인의 면역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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