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한 건 내가 아니라 20년 전 순수했던 노동운동”

  • 입력 2007년 8월 22일 2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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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29 선언 후 울산 창원을 중심으로 전국 노동현장에서 봇물 터진 듯하던 총파업 사태가 2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역사가 성년(成年)에 이른 셈이다. 그러나 1980년대 노동현장에서 배태된 전투적 조합주의는 노조를 강성 일변도의 투쟁으로 몰고 가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고 경제성장의 장애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 민주노총이 자리 잡고 있다.

20년 전 현대계열사의 첫 노조인 현대엔진(현 현대중공업) 노조를 이끌고 민주노총 설립을 주도해 초대 사무총장을 맡았던 권용목 씨가 지금은 민주노총 노선에 반대하는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참으로 역설적인 변화이지만 그는 당당하게 변신의 변(辯)을 밝힌다. 그는 본보 인터뷰에서 “변한 것은 내가 아니라 20년 전 순수했던 노동운동”이라고 말했다. 오늘의 노동운동이 초기의 순수했던 열정과 궤도에서 크게 빗나갔다는 지적이다.

권 씨는 “약자인 노동자들이 뭉쳐서 권리를 지킨다는 것은 20년 전의 생각”이라며 “이제는 자본가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손을 잡고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과도한 파업과 요구로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거나 해외로 옮겨 가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 가치라는 그의 견해는 현실을 바로 본 것이다. 국내외의 국가경쟁력 조사기관들이 한결같이 한국을 저평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대립적 노사관계’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는 상생(相生)과 극한투쟁이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대표적 사례다. 올해도 지난달 현대중공업이 무분규 임금협상 13년의 전통을 이어갔다. 매년 노사분규로 얼룩진 현대자동차는 무분규에 높은 생산성으로 세계시장을 질주하는 도요타에서 배울 바가 많다. 올 초 취임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3년 안에 특히 자동차 업계에 기업실적이나 고용 측면에서 위기가 올 수 있다”며 파업 자제를 다짐한 바 있으나 개선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붉은 머리띠와 상습적인 파업으로 상징되는 강성 노조의 반(反)기업 활동은 이제 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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