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영남권-보수 탈피' 성공할까

  • 입력 2007년 8월 22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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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당선 일성으로 전면적인 당 혁신을 중심화두로 제시, 스스로 정치력 검증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기간 4년과 퇴임 후 대선행보 기간을 포함해 5년 넘게 당무와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당 외곽에서 지켜본 객관적 관점에서 한나라당의 문제점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이 후보의 당 혁신 주장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것은 그가 대선후보로서 실질적인 당권을 행사할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대선예비후보 때 발언과는 무게와 질에서 엄청난 차이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전매특허'격인 예의 뚝심과 추진력으로 당 혁신을 밀어붙인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오랜 '관성'에 젖어있던 당내 '기득권 세력'의 반발과 저항이 예상돼 앞으로 전개될 이명박 혁신구상의 추이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장 이 후보가 당 개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색깔, 기능 면에서 모두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을 놓고 당내에서는 여러 해석과 추측이 나오면서 벌써부터 논란이 일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 후보 구상이 당의 '보수 색깔' 빼기와 대대적인 조직·인적 쇄신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경우 당내의 주류를 형성해 왔던 세력의 반발이 예견되고 있다. 특히 내년 4월에는 총선이 열린다는 점에서 인적쇄신 문제에 민감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이 후보측은 "구체적인 구상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일단 칼을 빼든 이상 당의 저항에 밀려 칼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한 측근 의원은 22일 "당이 많이 바뀔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 잘 안 바뀌는 조직이긴 하지만 바뀌어야 한다는데 무언의 공감대는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 후보 경선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던 박형준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는 일관되게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특히 젊은 세력에 매력을 줄 수 있는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에 좀 더 방점이 찍히지 않으면 이번 대선에서도 지난 번과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 "정치 지형이 중도가 40%를 차지하고 있고, 도시의 화이트칼라나 자영업자가 많고, 그런 분들에게 매력있는 정당으로 전환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오랜 과제"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개혁 전망과 관련해 측근들은 극우 보수의 색깔을 약간 빼 '중도·실용' 이미지를 대폭 보강하는 동시에 '일하는 정당', '정책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영남권, 이념적으로는 수구보수의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를 지낸 경험을 토대로 다소 경직돼 있는 여의도식 당 운영 방식을 탈피해 기존의 정당 체제에다 일 중심의 '기업형 운영 방식'을 접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후보는 전날 "정권 교체를 해서 국민이 바라는 경제를 살리고, 사회를 통합하는 양대 시대정신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시대정신=경제+통합'이라는 점이 당 혁신에도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그동안 당의 주류로 분류되던 인사들이나 박 전 대표측이 아무래도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아직 경선 패배 이후 "깨끗한 경선 승복"이라는 지침 아래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이 일제히 '침묵', '자제' 모드를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든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벌써 "한나라당을 그동안 지지해 온 세력을 버린다는 것은 맞지 않다",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이 보수 정당이지, 진보정당은 아니다", "한나라당의 오늘날이 있기까지는 영남 세력들이 당을 죽기살기로 지지해서 왔는데 이제 와서 보수·영남을 버리고 무슨 근거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나"는 등 불만도 물밑에서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측에 섰던 한 의원은 "뺄셈의 개혁은 부적절하다"면서 "한나라당이 지탱해 온 두 기둥인 보수와 영남을 버리고 어떻게 집권하겠느냐"고 말했다.

'산토끼'를 잡으려다가 자칫 '집토끼'까지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짙게 배어있는 것이다.

특히 기존 주류로 분류되던 인사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이 후보의 구상이 자칫 내년 총선을 앞둔 대대적인 인적 청산·쇄신으로 연결되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다.

한 의원은 "만일 이 후보가 자기를 도왔다고 아무 것도 안보고 공천을 주고, 상대방을 도왔다고 배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멀쩡한 사람들을 박근혜를 도왔다고 공천을 안 주면 누가 승복하겠느냐. 그런 부분은 박 전 대표도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측은 당의 혁신이 박 전 대표측을 겨냥한 것은 전혀 아니라고 논란의 확산을 경계했다.

박형준 의원은 "특정 캠프나 경선 과정에서 경쟁을 했던 상대 진영을 겨냥하는 개혁과 혁신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에 있는 문제를 정리하는데 초점을 두기 보다는 바깥으로부터 새로운 물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고, 당의 외연을 확대하고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속성을 열린 정당으로 바꾸는 것도 있다"면서 '외부 수혈' 등을 통한 당 변화 추진 가능성도 시사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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