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열린 장수 사회’의 적 老化

  • 입력 2007년 8월 22일 03시 02분


코멘트
세계 최고령 노인이었던 일본 후쿠오카(福岡) 현 미나가와 요네(皆川よね) 할머니가 얼마 전 세상을 떴다. 할머니는 114세 7개월간 살았다. 1997년 숨진 프랑스인 잔 칼망 할머니는 122세였다. 칼망 할머니의 출생기록에 논란이 있어 기네스북에 오른 최장수 노인은 1986년 120세로 사망한 일본인 이즈미 시게치요(泉重仟代) 할머니다.

이들은 특별히 오래 산 사람이긴 하지만 현재 추세로 보면 보통 사람들의 ‘100세 장수’는 꿈만은 아니다.》

노화, 멈추게 할 순 없지만 속도를 늦출 순 있다

2005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5세. 1971년 62.3세와 비교하면 34년 동안 평균수명이 16년이나 늘었다.

세계 인구의 평균수명도 점차 길어지고 있다. 파비엔 구 보디망 세계미래학회 회장은 “60년 뒤 평균수명은 120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자신이 100세 이상 살 거라고 단정하진 말자. ‘열린 장수 사회’의 ‘적’은 바로 노화다.

모든 생물 종(種)은 최장수명이 있다. 최장수명이란 의학적으로 살 수 있는 한계다. 초파리는 2달, 실험용 쥐는 5세, 개는 15세, 코끼리는 70세, 앵무새는 90세다.

의학자들은 아무리 평균수명을 늘려도 최장수명의 85%를 최대치로 본다. 인간의 최장수명은 120세이므로 평균수명은 최대 100세 언저리에서 그칠 것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노화로 인해 각종 질병을 겪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뼈엉성증(골다공증), 넓적다리뼈 골절 등 ‘노인병’뿐 아니라 심장마비, 뇌중풍(뇌졸중), 당뇨, 암 등 인간이 겪는 대부분 질병은 노화와 관련이 깊다.

노화는 브리태니커 사전에 따르면 ‘유기체를 노쇠한 상태로 이끄는 점진적인 생리 변화’다. 의사들은 세포 손상으로 기능 저하 속도가 세포 재생 속도보다 늦어질 때라고 정의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세포가 손상되고 재생된다. 세포 손상이란 관점에선 태어나면서부터 노화가 진행된다. 신체활동이 왕성할 때는 재생속도가 빨라 늙지 않을 뿐이다. 손상속도가 재생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하는 시점은 개인별로 달라 사람마다 노화의 시작 시점이 다르다.

세포는 왜 손상될까. 이를 설명하는 몇 가지 이론이 있다.

호르몬 이론이 있다. 성장호르몬, 성호르몬, 갑상샘호르몬, 멜라토닌 등 호르몬 분비가 줄어서 늙는다는 것이다. 면역력 이론도 있다. 면역력이 줄어 장에 존재하는 나쁜 균이 이상 번식하면서 세포들이 감염에 노출돼 늙는다는 것. 자동차가 오래 되면 닳듯이 신체도 쓸수록 노화된다는 마모이론, 몸 속 세포분열 횟수가 정해져 있어 분열을 거듭할수록 유전자 끝에 붙은 텔로미어가 점점 줄어든다는 텔로미어 이론도 있다.

최근에는 활성산소 이론이 대세다.

신진대사를 통해 몸속에 들어온 산소는 변형된다. 보통 산소와 달리 전자를 한두 개 더 가진 활성산소는 반응성이 강해 다른 단백질, 당, 지방산 등 생체분자를 손상시킨다. 세포가 이런 산소를 제어하지만 반응성이 강한 활성산소는 결국 세포를 탈출해 주변의 다른 분자를 공격한다. 이것이 산화다. 산소를 소비할수록 산화 리스크는 커진다.

프랑스 국립의료원의 노화 전문가 미셸 브랙 박사는 최근 방한 길에 “산소는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하고 대단한 역할을 하는 연료지만 인간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산소의 패러독스’라고 말했다.

활성산소는 생명 유지 과정에서 자연스레 형성되기도 하지만 외부 요인에 의해 더 많이 생기기도 한다. 공해와 자외선은 활성산소를 만드는 요인이다.

노화를 늦추려면 몸 속 활성산소의 작용을 줄이고 몸 밖에서 활성산소를 부추기는 요소를 없애야 한다. 과일, 채소를 다양하게 섭취해 몸 속 항산화 기능을 높여야 하고, 담배, 공해,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래동화 속 용왕이나 중국 진시황이 그랬듯이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꿀 수 있다.

글=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