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개혁…경제우선-탈 관료주의 ‘일 중심 조직’으로

  • 입력 2007년 8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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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1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한 뒤 방명록에 ‘국민의 뜻 받들어 나라 경제 살리겠습니다’라는 글을 쓰고 있다. 신원건  기자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1일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한 뒤 방명록에 ‘국민의 뜻 받들어 나라 경제 살리겠습니다’라는 글을 쓰고 있다. 신원건 기자
《한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가 21일 “당이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출발해야 한다. 색깔이나 기능 면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빨리 ‘이명박식 당 개혁’ 카드를 꺼낸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후보 선출 이후 당 화합 차원에서 며칠 숨을 고른 뒤 당 개혁 화두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 후보의 행보는 전통적인 ‘여의도식 발상’과는 달랐다. 일각에서는 ‘이명박표 불도저 정치’가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

“나 혼자서 끌고 온 것 같다” 캠프에 강한 질책

기업형 팀체제 도입 - 외부수혈 ‘물갈이’ 가능성

예상보다 빠른 개혁카드… 불도저식 추진 예고

○‘한나라당은 아직 국민의 기대에 다가가지 못한 당’

이 후보는 이날 대선 후보 자격으로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국민이 한나라당에 바라는 시대적 정신이 무엇이고, 그 기대를 갖게 한 원동력이 무엇인가를 며칠 밤을 새우더라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국민의 기대에 가까이 다가가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며 당 개혁이라는 화두를 꺼낸 배경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아직은 시대정신을 잘 몰라서 국민의 기대에 다가가지 못한 정당’이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시대정신은 경선 과정에서 줄곧 밝힌 대로 △민생 우선의 경제 살리기 △탈관료주의 △탈이념의 실용주의 △영·호남을 가리지 않는 탈지역주의 등으로 요약된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 사람들을 보면 해변가에 놀러온 것 같다”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당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거 캠프에 참여한 여러 참모의 말을 종합하면 여의도식 정당 정치를 개혁하는 것은 비주류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이 후보의 희망 중 하나이고, 두 차례의 대선 연패에서 알 수 있듯 기존의 당 체질로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이 후보의 판단이라는 것.

여기에는 현재 당의 주류가 영남권 출신이어서 ‘영남중심당’이라는 지적이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자신이 밝힌 ‘반쪽이 아닌 완전한 대통령’이 되기 쉽지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듯하다.

한편 이 후보는 경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놓고 20일 일부 참모에게 “사실상 우리가 진 것 아니냐. 나 혼자 여기까지 끌고 온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격노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이 측근은 “이 후보가 자신이 당심(黨心)보다는 여론조사로 상징되는 민심(民心)으로 만들어진 후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기존의 당내 주류 세력에게 별다른 부채 의식을 갖지 않고 향후 당 개혁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 당의 정체성, 체제 개편 동시 추진할 듯

이 후보는 ‘이명박당’으로 개편하기 위해 당의 ‘색깔’과 ‘기능’, 즉 정체성과 체제를 재설정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의 색깔 개편은 당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수구 보수’에서 ‘중도 우파’ 또는 ‘탈이념형 실용주의’로 바꾸겠다는 것. 선거 캠프에서 기획본부장을 맡았던 정두언 의원은 “한나라당의 관료주의, 영남 보수, 기득권 세력 등의 이미지를 벗어던져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호남권 서민중산층 등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강경 노선을 추구했던 박근혜 전 대표의 색채를 당에서 어느 정도 지워 내려는 노력과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체제 개편은 인터넷 관련 조직을 제외하고는 10여 년간 별 변화 없이 지속된 정당 운영을 뜯어고쳐 일 중심의 순발력 있는 조직으로 변화시켜 당을 ‘정책 정당화’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기업처럼 각종 팀이나 태스크포스(TF)가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물갈이를 통한 당의 인적 개혁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여의도 연착륙’을 위해선 당 개혁 못지않게 당 화합도 중요한 과제여서 당장 현실화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도 많다. 박 전 대표에게 신승(辛勝)을 거둔 만큼 인적 개혁을 위한 정치적 동력이 당장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당의 외연 확대 차원에서 외부 인사 수혈 등 ‘물 타기’를 통한 점진적인 물갈이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후보의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 “선대위원장으로 몇 분을 모시는데 박 전 대표와 함께 외부에서도 명망 있는 분이 오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또 다른 외연 확대 방안으로 호남과 충청권 표심을 겨냥해 민주당, 국민중심당과의 연대 추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촬영: 신원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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