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종교계로 ‘대선후보 첫 걸음’

  • 입력 2007년 8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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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앉으세요”21일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을 방문한 이명박 대선후보에게 강재섭 대표(왼쪽)와 김형오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이재오 최고위원(오른쪽)이 상석을 권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가운데 앉으세요”
21일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을 방문한 이명박 대선후보에게 강재섭 대표(왼쪽)와 김형오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이재오 최고위원(오른쪽)이 상석을 권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21일 오전 7시 55분경.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 정문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김형오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김덕룡 공동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의원 등 6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멀리서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서자 이들은 분주히 대오를 갖추기 시작했다. 20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맞기 위해서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서 첫 공식일정을 국립현충원 참배로 시작했다. 전날 승리의 감격이 가시지 않은 듯 다소 상기된 표정의 이 후보는 강 대표 등과 함께 분향을 했다. 방명록에는 ‘국민의 뜻 받들어 나라 경제 살리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예정에 없던 ‘조찬 모임’이 열렸다. 이 후보가 국립현충원에서 캠프 소속 의원들에게 “여의도 설렁탕집에서 밥이나 먹지”라고 즉석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식당에 모인 다른 의원들이 식사를 채 시작하기도 전에 설렁탕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자리에서 먼저 일어섰다. 국회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 첫 참석에 늦지 않기 위해서다.

식당을 빠져나오는 이 후보를 잡고 기자들은 “여권이 검증은 이제부터라고 한다” “박근혜 전 대표 캠프 사람들은 포용할 것이냐”고 질문을 퍼부었다. 이 후보는 여권 공세에 대해선 “어리석은 말”이라고 일축했고, 박 전 대표 캠프에 대해선 “100% 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지인을 만났는데 경선에서 2000여 표의 근소한 차로 이긴다 하더라. 그대로 적중했다”는 말도 했다.

이 후보는 국회로 향했다. 박재완 대표비서실장은 본관 현관 앞까지 나와 이 후보를 깍듯이 맞은 뒤 회의실로 이 후보를 안내했다. 국회 내 한나라당 대표실에 마련된 회의장에 이 후보가 들어서자 최고위원들과 주요 당직자들은 박수로 맞았고, 강 대표는 준비한 꽃다발을 이 후보에게 전달했다. 꽃다발을 받은 이 후보는 “남자에게 꽃다발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농담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인사말에서 “경선 과정에서 참 섭섭하고 ‘이 사람들이 이럴 수가 있나, 경선이 끝나도 못 잊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경선이 끝나고 후보로 확정되는 순간 눈 녹듯 녹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며 “오히려 그런 사람들에게 더 애정이 간다. 최선을 다한 것 아니겠느냐. 한 점의 편견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혹시 상대 후보 측에 계셨던 분들 중에서 ‘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으면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이해하고 하나가 되는 그런 포용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이처럼 당의 화합을 강조하며 ‘당무 데뷔전’을 치렀다.

이 후보는 이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용규 목사,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김수환 추기경 등 종교계 지도자들을 잇달아 예방하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후보는 면담에서 “세계 역사상 가장 긴 경선이었다. (검증 공세에 대해) 오래 참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본선이 더 중요할 것이다. 미래 청사진을 잘 보여 백성들이 잘 흔들리지 않게 해 달라”고 당부했고, 지관 스님은 “많이 힘들었으니 본선이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김 추기경은 “박 전 대표 등과 정말 잘 함께해야 한나라당이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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