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문학에 길을 묻다

  • 입력 2007년 8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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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계와 정관계의 유명 인사들이 인문학에 정진한다.

서울대 인문대는 21일 국내 최초로 마련한 인문학 최고지도자 과정인 아드 폰테스 프로그램(AFP·Ad Fontes Program·라틴어로 ‘원천으로’라는 뜻)에 재계와 정관계 유명 인사들이 대거 지원했다고 밝혔다.

인문대 관계자는 “다음 달 4일 개강하는 AFP 1기 과정에 지원한 40여 명 중 절반 정도가 국내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를 포함한 유명 인사들”이라고 말했다.

○ 현직 CEO부터 정관계 및 학계 인사까지

현재까지 참가가 확정된 재계 인사는 김인철 LG생명과학 사장, 최영한 국민은행 자금그룹시장 부행장, 최연매 ‘김정문 알로에’ 부회장, 주장건 세종서적 회장, 조항원 대성미생물연구소 회장, 성기호 대한주택공사 주거복지 부문 이사 등이다.

정관계 및 학계에서는 현대자동차 사장 출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이계안 의원,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 이호일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허상만 학술진흥재단 이사장,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 등이 지원했다.

AFP는 국내 기업체 고위 인사(대기업 임원급 이상,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은 CEO급), 정부부처 고위 공무원,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한 CEO 과정으로 주 1회 하루 4시간씩 17주간 수업을 진행한다.

기존의 경영대나 공대 소속의 CEO 과정과는 달리 문학, 예술, 역사, 철학 관련 교양 지식을 전달하는 게 목적으로 지방과 해외 답사도 떠날 예정이다. 이태진 서울대 인문대 학장은 “한국 경제가 남이 해 놓은 것을 응용하던 중진국형에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선진국형으로 도약하려는 시대에 재계와 정관계의 지도층 인사들에게 창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AFP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 강사 초빙인사 학생으로 지원도

AFP에 참석하려는 CEO들과 정관계 인사들 역시 인문학을 통해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김인철 사장은 “수익을 늘리는 ‘효율적인 경영’은 이제 CEO의 기본 능력”이라며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감성 리더십’과 ‘바람직한 경영’에 대해 고민하다가 AFP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영한 부행장은 “외국의 유명 CEO들 중에는 창의적인 생각과 선견지명의 원천이 경영학이나 공학적 지식이 아닌 인문학적 지식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며 “독특하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사로 초빙할 예정이었지만 AFP의 취지를 듣고 학생이 되겠다고 지원한 인사도 있다. 이계안 의원과 조동성 교수가 바로 그들.

이계안 의원은 1982년부터 1985년까지 현대중공업 런던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AFP에 지원하게 됐다. 이 의원은 “외국의 재계와 정관계 리더들이 상상력을 중히 여기고 인문학을 계속 공부한다는 게 당시에는 이상하게 보였다”며 “그러나 불확실성에 대처해야 하고, 미래 모습을 그려야 하는 CEO와 정치인 생활을 하다 보니 리더들이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신설 과정임에도 재계와 정관계 유명 인사들이 AFP에 대거 지원하자 서울대 인문대는 무척 고무된 표정이다. 특히 서울대 측은 AFP에 대한 높은 관심이 그동안 비인기 학문으로 찬밥 취급을 받았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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