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뮤지컬 ‘스타 카메오’ 마케팅

  • 입력 2007년 8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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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러 오세요. 스타 카메오는 덤이요∼.”

라이선스 뮤지컬 ‘펌프보이즈’에는 공연마다 ‘깜짝 손님’이 등장한다. 뮤지컬 배우 김다현 엄기준 고영빈, 가수 서문탁 등이 이미 출연했고 이번 주 예지원에 이어 9월 초에는 조승우 이선균 정성화 지현우 등이 스타 카메오로 출연할 예정이다.

이들이 맡는 극중 역할은 ‘택배맨’. 물건을 배달하러 왔다가 주인공과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노래 등 개인기를 보여 주며 무대에서 7, 8분간 관객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정작 원작인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는 대사 속에서 “택배 왔다 갔다”고만 나올 뿐 택배원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역할은 국내 공연을 위해 대본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일부러 만들어 낸 것. 제작사인 쇼노트 측은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이벤트용으로 카메오 출연을 기획했는데 벌써 입소문이 나서 ‘○○○는 출연 안 하느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며 “공연 기간에 70여 명의 카메오가 필요한 만큼 배우 캐스팅 못지않게 공연 전부터 카메오 캐스팅에 공을 들여 아예 카메오 섭외와 연락만 담당하는 직원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캐스팅을 끝낸 창작뮤지컬 ‘실연남녀’ 역시 기획 단계부터 ‘카메오 출연’을 염두에 두고 대본에 썼다. 이 뮤지컬에서 카메오는 극 마지막 부분에 1분 정도만 등장하지만 강렬한 대사 한마디와 함께 극의 전환을 가져오는 점에서 비중이 크다. 제작사인 엠뮤지컬컴퍼니의 이은경 씨는 “카메오로 나오는 사람은 모두 바쁜 스타인 만큼 대사가 적으면서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역할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연남녀’에는 오만석 김무열 김소현 등 뮤지컬 배우와 개그맨 김진수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현재 공연 중인 발레 뮤지컬 ‘심청’에도 카메오가 등장한다. 뺑덕어멈과 바람나 도망가는 ‘황봉사’역은 카메오가 맡는데 ‘말 없는 뮤지컬’에서 유일하게 대사를 구사하며 관객의 웃음을 유도한다.

스타 카메오를 등장시키는 이유는 흥행이나 마케팅의 측면이 크다. 쇼노트의 이과영 과장은 “카메오가 공연보다 더 화제를 모으면 안 되기 때문에 카메오 스케줄은 공개하지 않지만 팬 카페나 뮤지컬 동호회에 비공식적으로 살짝 알려주는데 스타 카메오의 경우 눈 깜짝할 사이에 티켓이 매진된다”며 “그래서 가급적 티켓 파워가 있는 스타일 때는 주말에 비해 관객이 적은 평일에 출연을 부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연남녀’의 제작사는 아예 게스트 출연 1주일 전에 카메오 출연을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 공지해 적극적인 ‘카메오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이런 카메오들의 출연료는? 없다. 카메오들은 친한 연출가나 제작자, 혹은 출연 배우의 인맥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무료로 ‘우정 출연’한다.

하지만 스타의 카메오 캐스팅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카메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공연 전체가 카메오에 좌우돼 카메오가 ‘주인공’이 되고 공연은 ‘덤’이 될 우려도 있다는 것. 발레 뮤지컬 ‘심청’에서 연기력 있는 연극배우를 카메오로 캐스팅한 연출가 양정웅 씨는 “카메오는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역할이지만 전체 작품의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하거나 분위기 및 흐름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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