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北선수단 전화-TV-인터넷 다 끊고 외출 거의 안 해

  • 입력 2007년 8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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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북한 선수단은 ‘섬 안의 또 다른 섬’이다.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내 한 호텔을 숙소로 정한 이들은 경기와 훈련 시간을 제외하면 호텔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어쩌다 나와도 이들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은 통제된다.

일반인으로서 이들과 유일하게 소통하는 이는 북한 팀의 연락관을 맡고 있는 대학생 박차현(26·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년·사진) 씨다. 그는 다수의 경쟁자를 제치고 대회조직위원회로부터 북한 팀 연락관에 낙점됐다.

“나중에 스포츠 관련 일을 하고 싶어서 경험을 쌓으려고 지원했어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북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보겠어요.”

팀 연락관으로서 박 씨의 일은 북한 선수들과 함께 지내면서 대회조직위와 통일부, 그리고 남북체육교류협회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일이다. 물론 훈련 시간엔 ‘볼 보이’를 하기도 한다.

박 씨는 “북한 선수들은 정말 순진하고 착하다”고 말한다.

북한 선수들은 ‘외부’와 격리돼 있다. 2인 1실을 쓰는 북한 선수들에겐 전화, TV 시청, 인터넷 사용 등이 허용되지 않는다. 놀이라고 해봐야 장기를 두는 것과 담소, 그리고 방에 모여 한국의 ‘3·6·9 게임’ 비슷한 것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도 그 나이에 남한 사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박 씨는 선수들의 경계심이 사라지면서 “선생님, 어느 학교 나오셨습니까”부터 시작해 “남한에서 17세면 여성 동무가 있습니까”까지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여기선 그 나이에 여자 친구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박 씨의 대답에 북한 선수들은 굉장히 놀랐단다.

박 씨는 어느새 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는지 벌써부터 헤어질 시간을 아쉬워한다. “이젠 정말 제 팀 같아요. 만약 이들이 한국과 경기한다면 전 당연히 북한 팀을 응원할 거예요.”

서귀포=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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