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주성하]탈북자들이 믿을 수 있는 곳은 한국뿐

  • 입력 2007년 8월 22일 03시 02분


코멘트
지난달 19일 ‘행운의 탈북자’ 6명이 한국에 도착했다. 이들이 행운아인 것은 중국 공안에 7개월간 구금됐다가 북송을 면하고 한국에 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중국 선양(瀋陽) 주재 미국 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뒤 베이징(北京)으로 가던 열차에서 체포됐다.

체포한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해 온 중국이 이들을 석방해 한국으로 보낸 데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미국이 이들의 한국행을 위해 노력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아마도 미국이 이들을 받지 않은 대신 북송만은 막기 위해 중국과 조용히 한국행에 대해 이면 합의를 본 게 아닐까 추정할 뿐이다.

탈북자 문제를 대하는 미국의 태도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다. 미국이 3년 전 제정한 북한인권법은 4년간 탈북자 돕기에 8000만 달러(약 755억 원)를 쓴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얼마나 썼는지는 잘 모른다.

게다가 미국은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들을 선별 수용해 왔다. 북한인권법의 혜택을 받아 지금까지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3년 전 법안 발의 당시 미국이 보였던 탈북자 지원 의지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0일 사설을 통해 “이번 탈북자 6명의 해피엔딩 뒤에는 수십만 명에 이를 중국 내 탈북자들의 더 큰 비극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미국의 노력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고 비판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 신문은 또 “미국은 6자회담을 망칠 수도 있다는 걱정만 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한국인으로서 탈북자 문제를 최우선 국제 현안으로 만들 수 있는 도덕적 권한을 가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좀 더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도 속이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선양 한국 영사관의 보호를 받던 국군포로 가족 9명을 일방적으로 북송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인도주의적 사안에 있어서도 한국 정부가 말하면 귀를 닫고, 미국 정부가 요청하면 슬쩍 들어주는 중국의 행태가 씁쓸하다.

결국 탈북자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북한의 수해 복구만 긴급 지원할 게 아니라 탈북자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뻗어야 하지 않을까.

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