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처, 이러지도… 저러지도…

  • 입력 2007년 8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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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새 브리핑룸국정홍보처의 일방적인 기사송고실 이전 및 브리핑룸 통합 방침에 대해 각 부처 출입기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수십억 원을 들여 만든 새 통합 브리핑룸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1층 청사에 마련된 브리핑룸. 이훈구 기자
썰렁한 새 브리핑룸
국정홍보처의 일방적인 기사송고실 이전 및 브리핑룸 통합 방침에 대해 각 부처 출입기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수십억 원을 들여 만든 새 통합 브리핑룸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1층 청사에 마련된 브리핑룸. 이훈구 기자
각 부처 기자들 통합 브리핑룸 이전 거부에 진퇴양난

각 부처 출입기자들이 정부의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 시행을 앞두고 거세게 반발하자 주무 부처인 국정홍보처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홍보처는 이달 말까지 서울과 과천 정부청사에 있는 각 부처 기자실을 통합 브리핑룸으로 이전하는 등 외형적인 틀 마련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홍보처 정원을 10%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각 부처 출입기자들이 반발하자 홍보처는 사실상 이 ‘방안’의 시행을 지휘하고 있는 청와대와 기자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확산되는 기자들 반발=홍보처는 당초 지난주 외교통상부를 시작으로 이번 주에는 총리실을 비롯해 통일부, 행정자치부 등 각 부처 기사송고실을 정부중앙청사 별관에 마련한 통합 브리핑룸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홍보처의 이 같은 조치에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공무원 접촉 제한 등 독소 조항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전은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노동부, 경찰 출입 기자들도 정부의 무리한 ‘방안’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외교부 출입기자들의 이전 거부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통합 브리핑룸 추가 공사는 미뤄지고 있다. 비난 여론 속에 예비비 55억 원을 받아 공사를 강행한 홍보처는 공사기간 연장으로 시공업체에 지연 보상금까지 물어야 할 형편이다.

이 때문에 홍보처가 물리력을 동원해 기자들을 강제로 통합 브리핑룸으로 옮기게 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자들과의 대화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홍보처가 무리수를 두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외교부 출입기자는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이는 참여정부 언론 탄압의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안’은 사실상 청와대의 지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홍보처가 독자적인 중재안을 내놓을 수 없다는 점도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홍보처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터놓고 해법을 찾으려고 해도 청와대가 있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샴페인 일찍 터뜨린 홍보처?=홍보처가 지난주 국무회의 직제 개정안을 상정한 것이 섣부른 결정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14일 국무회의에서 홍보처에 고위공무원 1명, 3∼4급 2명, 4급 3명, 4∼5급 2명, 5급 5명, 6급 이하 22명 등 정원 35명을 늘려주는 직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김창호 홍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직제 개정안 상정 여부는 13일 밤 늦게 결정됐다”며 “내부적으로 상정 시기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보처는 개정안을 상정했고, 홍보처에서는 조만간 대규모 내부 승진 인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보처의 조직 확대 개편안이 별다른 이견 없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것은 ‘방안’의 성공적 추진을 높이 산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홍보처가 이미 청와대로부터 ‘대가’를 받았는데 물러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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