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 공대가 교수 못 구하는 이공계 위기

  • 입력 2007년 8월 21일 2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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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와 공학자에겐 국경이 없다’는 말이 있다. 실력만 있으면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오라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공계에서 인재들이 기피하는 곳은 그만큼 연구 여건이 좋지 않다는 얘기와 같다. 서울대 공대가 교수 7명을 신규 채용하려 했으나 적임자가 없어 한 사람도 뽑지 못했다고 한다. 국내 이공계 대학이 외국의 경쟁 상대들에 비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를 보여 준다. 서울대가 이럴진대 다른 대학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서울대 공대 측은 “40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 눈에 띄는 후보자가 없었다”고 밝혔다. 국내외 유능한 인재들이 지원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대 교수가 되면 대부분 전에 있던 직장보다 낮은 대우를 감수해야 한다. 서울대가 신임 교수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초임교수의 연봉을 지급하는 것뿐이다. 연구비는 모든 교수에게 똑같이 배분된다. 선진국 명문대들이 유능한 교수후보에게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뿐 아니라 주택 제공에 자녀교육비, 심지어 배우자 취업까지 보장하며 손짓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난다.

서울대가 기존 규정을 깨고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하면 실력 있는 교수를 데려올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립대의 경직된 운영이 발목을 잡는다. 열악한 여건에서 오히려 실력 있는 인재들이 지원하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외국에 있는 한국 출신 인재들을 향해 아무런 인센티브도 없이 애국심으로 호소해서 될 일도 아니다.

이공계 대학 기피 현상이 이처럼 학생에 이어 교수진까지 확대되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유능한 교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국내 이공계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의 질은 더 떨어지게 된다. 위기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판이다.

각국은 나라의 사활을 걸고 이공계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향후 3년간 수학 과학 공학의 연구와 교육에 무려 433억 달러를 투입하는 ‘미국 경쟁법’을 만든 것은 중국과 인도가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의 이공계 인재를 다투어 끌어들이는 것에 자극받은 결과다. 국력과 동의어가 되어 버린 이공계 인재 확보를 위해 획기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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