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제가 많은 남자들 울렸네요"

  • 입력 2007년 8월 21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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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석패한 박근혜 전 대표 캠프는 21일 오전 해단식을 겸한 마지막 회의를 갖고 경선 활동을 공식 마무리했다.

안병훈, 홍사덕 공동 선대위원장 주재로 캠프 핵심관계자 및 원외 당협위원장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안 위원장은 "위대한 정치지도자 한 분을 새롭게 탄생시켰다는데 만족한다"고 소회를 밝혔고, 서청원 상임고문은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박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유정복 비서실장은 전날 저녁 박 전 대표의 자택방문 사실을 언급하면서 "동지 여러분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는 또 이름까지 거명해가면서 너무 고생한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면서 "박 전 대표는 전대에서 진실로 한 말에 대해 혹여 우리 식구들이 불필요한 혼란이나 오해를 하지 않도록 자제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유 실장은 이후 끝내 눈물을 보였고, 이혜훈, 송영선 의원과 이정현 대변인도 눈물을 감추지 못해 회의장이 숙연해지기도 했다.

캠프도 이날 내내 활기 잃은 모습이었다. 1년여간 경선 운동의 헤드쿼터 역할을 했던 5층 상황실과 공보실에는 여기 저기 빈자리가 눈에 띄었고, 그나마 나온 캠프 직원들도 하나 둘 씩 짐을 꾸려 자리를 떠 늦은 오후 들어서는 캠프가 텅 비다시피 했다.

다만 캠프에는 경선 패배에 충격을 받은 지지자들만이 몰려 들어 "부정선거로 졌다", "탈당이라도 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여 대조를 보였다.

다수의 캠프 관계자들은 경선 패배의 충격을 잊기 위해 조만간 지방 또는 해외로 여행을 떠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애초 이날 오전 캠프를 방문해 회의를 주재한 뒤 캠프 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하루 종일 서울 삼성동 자택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양 공동선대위원장과 박종근, 김기춘 의원 등 친박(친 박근혜) 의원 40여 명은 이날 오후 박 전 대표의 자택을 방문, 1시간 이상 경선 과정의 에피소드 등을 들려주며 박 전 대표를 '위로'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곽성문, 심재엽 의원 등 몇 몇 남성 의원들이 눈물을 쏟자 "제가 많은 남자들을 울렸네요"라며 '농'을 던지는 등 의연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당분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정국 구상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지방 또는 해외방문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전날 패배가 확정된 직후 전당대회장을 떠나 시내 모처에서 캠프 소속의원 10여명과 약 30분간 차를 마시며 이들의 노고를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고 당의 정권교체에 다 같이 힘을 모아 달라"면서 "내 뜻이 이러한 만큼 주변 분들이 행여나 섭섭하더라도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캠프 관계자들은 향후 자신들의 거취에 대해 "박 전 대표의 백의종군의 뜻을 잘 받들어야 하지 않겠나"라면서도 "이 후보측에서 무슨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것에 대답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구체적 언급은 자제해 복잡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이규택 선대부위원장은 SBS라디오 '백지연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이명박 후보가 되니까 공천권 문제가 나온다"는 지적에 "그 쪽에는 살생부가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면서 "그런데 만약 살생부가 있으면 당은 막장으로 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캠프가 이날 사실상 해단식을 가짐에 따라 '외부 영입' 케이스인 안병훈 공동선대위원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 경영으로,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야인(野人) 신분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캠프 사무실의 경우 계약 기간이 내달 말까지이지만 경선활동이 종료된 만큼 이날 이후 문을 닫을 방침이다. 최경환 종합상황실장은 회의에서 "오늘 부로 캠프는 문을 닫는다. 공식적으로 캠프 해체가 선언됐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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