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에 숨어있는 논술주제]폭력의 반인륜성

  • 입력 2007년 8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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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나 폭력은 모두 강제력을 본질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나 분명하게 구별된다. 권력은 정당성이 있는 강제력이지만 폭력은 정당성이 없는 힘이다. 권력은 국민들이 그 권위를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복종하지만, 폭력은 국민이 그 권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정당성이 없다. 그러므로 정치권력이라도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 경우에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권력이라고 할 수 없고 폭력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고등학교 ‘정치’ 교과서]

[TIP] 폭력(force)은 정당성이 없는 강제력의 행사를 의미한다. 아무리 권력(power)의 이름으로 포장되었다 하더라도, 정당성이 없다면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일지라도 ‘조직 폭력배’와 다를 바가 없다.

아메리카를 정복한 에스파냐인들은 원주민의 땅을 빼앗고 원주민을 강제로 동원하여 옥수수 등을 경작시켰으며, 광산을 개발하였다. 한편 에스파냐인이 원주민을 혹사하여 원주민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에스파냐 정부는 원주민을 가톨릭으로 개종시켜 보호하는 대신, 아프리카의 흑인을 노예로 데려와 노동을 시키기로 정책을 바꾸었다. 어느 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아프리카에서 유럽인에 의해 잡혀간 흑인 노예 수는 6000만 명에 해당된다고 하며, 그 운송 과정에서 최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한 사람에게 겨우 길이 180cm, 폭 40cm의 공간을 주고 쇠사슬로 묶어 놓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TIP] 폭력은 역사적이면서 국제적이다. 영국 미국 등 힘이 센 서구의 나라들은 ‘미개한 나라를 문명화시킨다’는 이유로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인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했다. 이들의 행위는 정당성 없는 폭력을 행사하는 폭력배의 행위보다 더 강도가 높은 것이었다. 미국인에 의해 살해된 원주민의 수만 수천만 명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1999년 여름 아프리카 기니에서 브뤼세로 향하는 벨기에 사베나 항공의 비행기 착륙 장치 안에서 작고 검은 시신 2구가 발견되었다. 이들의 시신을 발견한 공항 정비사들은 처음에 밀입국을 기도하다 죽은 것으로만 여겼다가, 손에 꼭 쥐고 있던 편지를 발견하고는 눈물을 흘렸다.

“존경하는 유럽의 지도자, 정부 관리 여러분, 당신의 아름다운 사랑을 호소하며 저희 둘의 험난한 여행과 고통의 목적을 감히 말씀드립니다. 저희를 조금만 도와주십시오.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너무나 벅찬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엄청난 전쟁과 가난, 전염병에 내몰려 먹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학교 건물은 있어도 선생님과 교재가 없어 교육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혹시 저희들이 죽은 시체로 발견되거든,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전쟁과 가난, 참상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려 했던 뜻을 헤아려 널리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고등학교 ‘정치’ 교과서]

[TIP] 폭력은 반인륜적이다. 특히 전쟁 중에 자행되는 폭력은 어린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삶을 비참하게 만든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는 유독 많은 분쟁이 발생해 왔다. 그중 가장 비극적인 분쟁으로 기억되는 르완다 내전 때는 상상을 초월하는 죽음의 폭력이 자행됐다. 이처럼 비참한 사태는 서구 열강들의 ‘강제적 식민분리주의’라는 또 다른 폭력 때문에 일어났다.

아프가니스탄은 중국 한나라 때 실크로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던 국가로, 동서양 교역을 통해 경제적 번영을 누렸었다. 그러나 이란 혁명 이후 서남아시아에 이슬람 원리주의의 물결이 밀어닥치면서 소련의 침공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이슬람 종파·종족 간의 분열과 내전, 9·11테러 사건 이후 미국의 공격 등을 겪으면서 현재는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가 되고 말았다.

최근 벌어진 한국인 피랍 사건의 주범인 탈레반은 바로 아프가니스탄의 무장 이슬람 학생단체다. 탈레반의 폭력적 행위 때문에 우리나라는 귀중한 국민의 생명을 잃었고,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분명 탈레반에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미국 또한 아프가니스탄에 가한 폭력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정수환 최강학원 통합사회논술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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