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이슈&이슈]영화 ‘디 워(D-WAR)’ 논쟁

  • 입력 2007년 8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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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영화는 그 사회의 거울 지금 우리는 어떤 수준일까?

18세기의 음악회는 요새같이 조용하지 않았단다. 음악은 떠들썩한 모임을 채우는 ‘반주’와 같았다. 귀족이 연주를 듣다가 멈추게 하는 일도 흔했다. 음악가에게 직접 이렇게 저렇게 해 보라고 충고하거나, 즉석에서 다르게 연주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 왕이나 귀족에게 급료를 받던 음악가들은 그들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그네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예술성’이란 별 의미가 없었으니까.

영화 ‘디 워(D-War)’를 둘러싸고 영화 전문가들과 일반 관객들 사이에 논쟁이 뜨겁다. 촘촘하게 짜여 있지 못한 스토리는 평론가들의 단골 비판 메뉴다. 반면, 많은 관객은 그게 뭐 대수냐는 쪽이다. 오락 영화인 만큼 화려한 볼거리와 재미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는 태도다.

물론, 영화의 성공을 가름하는 것은 관객이다. 아무리 완성도가 높아도 흥행에 실패하면 별 수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내지 못한 결과는 실패와 다름없지 않은가. 관객의 입맛은 온갖 예술성 위에 있다.

‘디 워’에 혹평을 내놓은 진중권 씨 같은 평론가들은 누리꾼들의 엄청난 악플에 시달린단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18세기 음악회 풍경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할리우드 영화 공식’은 스크린의 성공 법칙이 되었다. ‘디 워’에 ‘할리우드와 맞먹는’이라는 꾸밈말이 붙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할리우드 영화가 과연 예술적이고 완성도가 높았던가. 인류의 정신문화를 한층 더 높이는 데 기여했던가. 가치 있는 예술작품에는 일반인의 입맛을 뛰어넘어 그 이상으로 이끄는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반면, 우리나라의 교육 수준이 상당하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관객들의 눈높이도 그만큼 높다. 대중에게 ‘전문가의 견해’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술에 절대적인 점수를 매기기란 불가능하다. 보는 눈이 저마다 다른 까닭이다. 그이의 취향이 내 것보다 좋다는 근거가 어디 있단 말인가.

‘디 워’는 오락영화다. 하지만 ‘디 워’를 둘러싸고 예술영화를 놓고 벌어질 법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성공하는 오락영화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과 같이 간다. ‘디 워’는 그래픽 등 기술적 면에서 찬사를 받았다. 스토리 짜임새나 메시지 면에는 논란이 많다. 뒤집어 보면 우리 사회가 받는 평가도 똑같지 않은가. 인터넷 강국이면서도 문화 콘텐츠는 부족하고 인문 정신은 시들어 있는 모습 말이다. 성공한 영화는 그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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